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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재치가 유치를 앞질렀네

조선일보 기자I 2008.12.05 10:06:26

[조선일보 제공] 겨울의 충무로는 따뜻함을 내세우는 휴먼 코미디의 각축장. 예년에 비해 부끄러운 수확의 충무로지만, 그래도 올해 겨울의 차선이라면 이 한 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황당한 설정을 재치 발랄한 리듬으로 극복한 가족 코미디 '과속 스캔들'(3일 개봉)이다.

사실 서른여섯 살의 할아버지라는 '과속스캔들'의 황당무계한 설정은 비웃음의 대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고등학생 때 알게 된 옆집 대학생 누나와의 하룻밤 불장난, 그리고 그 불장난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가 자라 또 한 번 철없는 짓을 반복한다는 이야기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의 첫 습작에서도 피해야 할 우연의 남발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하는 강형철 감독은 신인답지 않은 유연함과 리듬감으로 이 비현실적인 장애물을 부드럽게 돌파한다. 영화 도입부 터무니없는 설정에 반신반의하지만, 어느새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흘러가는 경쾌한 내용과 기발한 에피소드에 "그럴 수도 있지"라며 설득당하게 되는 것이다.

위태로웠던 감독의 설정을 구원한 또 다른 일등 공신은 주연 3인의 연기 앙상블. 연기에서 상대방과의 호흡의 중요성을 깨친 것으로 보이는 차태현의 '오버'하지 않는 연기는 관객을 유쾌한 웃음으로 이끌고, '울학교 이티' '초감각 커플'에서 야무진 연기를 보여줬던 박보영의 철부지 엄마 연기는 이 신인이 듣고 있는 칭찬이 허투루 쏟아진 것이 아님을 입증한다. 다양한 표정과 애교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왕석현 역시 '올해 아역배우의 발견'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과속스캔들'은 결정적 한 방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리기보다 수많은 잽으로 관객을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아웃복서의 주먹을 지녔다. 이 휴먼코미디가 던지는 웃음과 눈물의 잽들은 하나하나의 파괴력은 약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이면 이 영리한 대중영화의 누적된 재치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과거의 청춘 스타였지만 현재는 평범한 라디오 DJ인 남현수(차태현)는 서른여섯의 나이에도 연애가 삶의 지상 목적인 철부지. 이런 현수의 프로그램 '오후의 휴식'에 어린 미혼모 정남(박보영)이 애절한 사연을 보내온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찾는다는 것. "꼭 찾으라"고 현수가 방송에서 덕담하자 스물두 살 정남은 여섯 살배기 기동(왕석현)을 데리고 현수의 집을 찾아간다. "나는 당신의 딸, 얘는 당신의 손자"라며.

▶전문가 별점

·과감한 설정을 재치 있게 넘기는 쏠쏠한 재미와 미덕이 살아있다. ★★★

이상용·영화평론가

·신선함을 부탁해! 차태현을 부탁해!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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