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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에서 '뮤지션'으로, 톱모델 장윤주, 전곡 작사·작곡한 첫 음반 드림

조선일보 기자I 2008.11.28 09:40:12
[조선일보 제공] 꽤 오래 전부터 모델 장윤주(28)가 음악을 좋아하고 무척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2005년 6명이 함께 쓴 책 'CmKm'에 부록으로 실린 음반에서 두 곡을 이미 발표했고, 정재형이 올 봄 내놓은 음반에선 보컬 피처링을 했다. 그녀가 자신의 온전한 첫 음반 '드림(Dream)'을 내놓았다.

"모델이 나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음악은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1997년 모델로 데뷔해 파리와 뉴욕을 비롯한 세계 유명 패션쇼에 서 왔다. "음악과 모델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이란 실없는 질문에 거의 머뭇거리지 않고 "그렇다면 음악을 꾸준히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많은 뮤지션들이 그렇듯 장윤주도 교회에서 음악을 많이 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3까지 성가대를 하면서 악보 읽는 법과 화성(和聲)의 얼개를 익혔다. "언니가 두 명 있어요. 그 덕분에 어려서부터 또래들이 듣지 않는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공일오비와 전람회를 들었고, 토이와 김광진도 좋아했죠."

그녀는 중3 때 막연히 "재즈를 듣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네 음반점에 찾아갔다. 음반점 주인은 그녀에게 스탠 겟츠와 주앙 질베르투의 명반 '겟츠/질베르투'를 권했다. 장윤주와 보사노바의 만남이었다. 이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아온 CD가 지금 2000장을 넘는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1년간 작곡 레슨을 받은 그녀는 2004년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 2년 전쯤 그녀가 첫 음반을 준비 중이란 이야기가 돌았으나, 장윤주는 6곡을 녹음한 상태에서 작업을 중단했다.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곡을 제가 쓰고 싶었고요.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죠." 그녀는 첼리스트 자크 모렐렌바움과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보사노바 명반 '카사(Casa)'의 사운드를 이번 음반작업의 표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장윤주 데뷔음반의 모든 곡은 그녀 스스로 작사·작곡했다. 정작 보사노바는 '플라이 어웨이(Fly Away)' 한 곡. 편곡은 미니멀하고 창법은 잘 절제돼 있다. 타이틀곡 '파리에 부친 편지'는 보컬에서 기교를 거의 없애 동요처럼 들리는 왈츠. 돋보이는 노래는 2005년에 이미 발표했던 '플라이 어웨이'다. 장윤주는 이 노래를 어쿠스틱 기타와 첼로를 섞어 느린 템포 보사노바로 재편곡했다. 아스트루드 질베르투의 '굿바이 새드니스(Goodbye Sadness)'와 비슷했던 이전 버전의 느낌을 모두 지우고 속삭이듯 노래한다. 그 창법이 소독약 바른 상처를 조심스레 호호 부는 듯하다.

"음반의 톤(tone)을 한 가지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걸 지루하게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일관성'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윤주는 "한 장의 음반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그녀의 음악적 감성을 기다려온 사람들 역시, 이 음반 한 장으로 만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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