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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몰너티 “성조기 앞에 무릎 꿇는 선수들 지지한다”

조희찬 기자I 2017.09.27 08:04:14
피터 몰너티(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프로골퍼들은 대개 정치색을 띠길 꺼린다. 스폰서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는 프로스포츠인 골프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은 잃는 것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개인 종목인 만큼 행여나 있을 반대세력의 비난도 홀로 감수해야 한다.

앞서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S‘여자’오픈 현장을 찾았을 때 렉시 톰프슨(미국)은 “나는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재미교포 미셸 위는 “나는 이곳에 정치 얘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답을 피했다. 그나마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이 “US오픈은 선수들의 대회다.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여성 비하’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말한 것이 전부다. 린시컴은 이후 SNS 계정을 닫았다.

이 가운데 한 프로골퍼의 ‘소신 발언’이 화제다. 미국 CBS스포츠는 2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피터 몰너티(미국)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몰너티는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가 연주될 때 성조기 앞에 무릎을 꿇는 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선조에게 결례를 범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조가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지키고자 한 가치를 우리가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이어 “현 정부는 미국을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돌보지 않는 나라’로 만들려는 뜻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몰너티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시작을 앞두고 진행되는 국가 연주에서 무릎을 꿇은 일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행동을 비난하면서 나왔다. 앞서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소수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가 연주 때 무릎 꿇은 채로 앉아 있던 것을 시작으로 여러 선수들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합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볼티모어 레이번스와 잭슨빌 재규어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팔짱을 끼며 항의 의사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해당 선수들이 국기에 대한 결례를 하고 있고 팬들이 경기장에 가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며 “(무례한 선수들을) 해고 또는 자격정지하라”고 주장했다. 또 22일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열린 공화당 루서 스트레인지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선 “구단주들에게 ‘저런 개XX(Son of a bitch)를 경기장에서 쫓아내라’고 말하자”고 외치기도 했다. 25일까지 NFL 32개 구단 중 절반이 트럼프 대통령의 ‘NFL 보이콧’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상태다.

몰너티는 “미국이 가진 진정한 가치는 ‘자유’다”라며 “현 정권이 강조하는 미국의 가치는 자유가 아닌 ‘자만심·탐욕·권력’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들의 자유와 평등, 공감, 연민을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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