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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친구, 야구]김병현 '세곤마'에 불계패,슬라이더,무브먼트, 야수 실책

한들 기자I 2007.09.18 15:43:20

18일 애틀랜타전...데뷔 최다 9실점,10승 실패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바둑에서 '양곤마(兩困馬)'란 게 있습니다. 한 곳도 아니고, 두 곳이 한꺼번에 살기 어려운 말로 몰린 형세를 이릅니다. 말 그대로 아주 피곤합니다. 18일 애틀랜타전서 김병현은 양곤마도 아니고, 세곤마에 몰려 결국 데뷔 최다 9실점의 멍에를 쓰고 일찌감치 돌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 번째 곤마는 왼쪽 타자들을 상대로 던진 슬라이더가 몸에 맞는 볼을 양산한 것이었습니다.

1회 시작하자마자 톱타자 켈리 존슨에게 풀카운트서 던진 73마일 슬라이더가 무릎을 맞추며 전조를 알렸습니다. 2번 우타자 에드가 렌테리아 타석 때 투투서 던진 75마일 슬라이더는 폭투가 되며 가볍게 2루 진출을 허용했습니다. 결국 내야 땅볼로 계속된 1사 3루서 3번 좌타자 치퍼 존스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너무 쉽게 첫 실점을 내줬습니다. 원볼 후 75마일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한 김병현은 84마일 몸쪽 패스트볼로 위협한 뒤 다시 공식대로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졌으나 이에도 대비하고 있던 존스가 손목만으로 휘둘러 우전 적시타를 뽑아 냈습니다.

김병현은 계속해서 4번 마크 테셰이라에게 원볼서 다시 74마일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허리를 맞췄습니다. 3번째 슬라이더에 의한 몸에 맞는 볼은 3회 집중타를 맞는 와중에 나왔습니다. 1-2 역전 점수를 내고 계속된 무사 1, 3루서 다시 테셰이라에게 투투서 던진 79마일 슬라이더가 위험천만 하게도 국부 옆쪽인 왼쪽 허벅지를 맞춰 만루를 부르고 말았습니다.

최근 상대팀 왼쪽 타자들이 배터 박스 앞 선으로 바짝 이동해 김병현의 주무기 슬라이더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로 재확인된 셈입니다.

두 번째는 '패스트볼 곤마'입니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전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3회 무사 1, 3루서 치퍼 존스에게 원투서 얻어맞은 84마일 몸쪽 공이었습니다. 몸 쪽에서 가운데로 휘어져 들어가는 투심성이었던 이 패스트볼은 막판 볼끝이 살아나질 못하면서 좌측 선상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고 말았습니다. 존스 자신도 처음엔 파울이 될 줄 알고 가만히 서 있다가 뒤늦게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만약 볼끝이 살아 있었다면 방망이가 밀려 파울선상 바깥으로 떨어졌을 것입니다.

이날 경기서도 나타났듯이 대부분의 패스트볼이 80마일대에서 형성되는 김병현에게 볼끝의 무브먼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세 번째 곤마는 야수들이었습니다. 이 날 전까지 121개의 실책으로 메이저리그 최악의 수비를 면치 못하고 있는 플로리다 야수들은 어슬픈 수비로 김병현의 침몰을 재촉했습니다. 2회 선두 타자 앤드류 존스의 우중간 플라이는 중견수 알프레도 아메자가가 안이하게 잡다가 떨구고 말아 2루 진루를 내줬습니다(공식 기록상으로도 실책).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돌려놓은,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1-1 동점이던 3회 나왔습니다. 선두 1번 타자 켈리 존슨의 우중간 높이 뜬 공을 아메자가와 우익수 제레미 허미다가 낙구 지점을 잘못 판단해 공을 지나치고 말아 원 바운드로 펜스를 넘어가는 인정 2루타를 만들어 줬습니다. 낙구 지점으로 봤을 때 중견수 아메자가가 잡아야 할 공이었으나 그는 경기 후 "새카만 하늘 속으로 공이 들어가 놓쳐 버렸다"고 고백했습니다.

잡힐 줄 알았던 타구가 인정 2루타로 돌변하는 순간, TV 카메라에 잡힌 김병현의 표정은 당장 '욕이라도 내뱉을 듯' 일그러졌습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잠시 후 스스로 수문을 열어 버리는 피칭으로 연결됐습니다.

후속 2번 타자부터 8번 타자까지 내리 유효타(안타-안타-몸에 맞는 볼-희생플라이-안타-안타-희생플라이)를 맞으며 순식간에 4실점을 했습니다. 상심해서 던지는 김병현의 패스트볼과 변화구는 무디고, 맥없는 행잉(hanging) 볼이었습니다. 희생플라이 2개도 된통으로 맞았지만 다행히 야수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을 따름이었습니다.

이후 김병현은 4회를 삼자 범퇴로 막았지만 5회 중심타선과 만나자 속절없이 샌드백이 되고 말았습니다. 선두 치퍼 존스에게 원투서 84마일 패스트볼로 좌중간 펜스 상단을 직접 맞췄고(2루타), 테셰이라의 좌전 안타와 볼넷에 이은 6번 제프 프랑코어의 카운터 펀치, 2타점 2루타는 가운데 낮은 88마일이었음에도 그대로 퍼올려 좌중간 펜스를 직접 때릴 정도였습니다. 가뜩이나 안 좋았던 컨디션에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은 김병현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이제 김병현은 남은 2경기서 한 경기를 이기는, 5할 승부를 해야 데뷔 첫 10승을 할 수 있습니다. 10승의 행마도 이 세 가지 곤마를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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