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안방극장 트렌드]'때깔' '40대' '미드', 드라마 新필승법칙

이정현 기자I 2016.03.11 07:30:00

'태양의 후예' '시그널' '육룡이 나르샤'는 어떻게 시청자를 사로잡았나

태양의 후예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다채널, 다플랫폼 시대를 맞아 하향 평준화되던 드라마 시청률이 최근 다시 상승세다.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SBS ‘육룡이 나르샤’, 케이블채널 tvN ‘시그널’ 등은 시청자를 다시 끌어모으며 승승장구 했다. 두 자리대 시청률도 어렵다는 요즘이나 위 작품들은 이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2014년 방송된 히트작 SBS ‘별에서 온 그대’의 기록(28.1% 닐슨코리아)에 도전하는 작품도 오랜만에 등장했다. 영화 뺨치는 완성도에 핵심 시청층을 제대로 공략한 극본, 마치 외국드라마를 보는 듯한 빠른 전개가 통했다. 막장요소를 넣어야 흥행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요즘 시청자만큼 까다로운 존재는 없었다”라며 “한때 드라마 위기론이 컸으나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나오면서 쏙 들어갔다. 결국은 만듦새가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때깔’은 영화 뺨치게

요즘 시청자는 까다롭다. 영화 1000만 관객 시대를 맞아 드라마도 여기에 눈높이를 맞췄다. 과거 화려한 로케이션 등 볼거리에만 강조하던 과거와 다르다.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쓴 작품들이 호평받는다. 영화에서나 쓰던 촬영기법이 드라마에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때깔 좋은 작품’이다.

‘태양의 후예’는 130억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영화투자배급사인 NEW가 나서서 만든 첫 번째 작품이다. 낯선 땅 우르크에 파병된 특수부대 장교(송중기 분)와 의사(송혜교 분)의 러브스토리를 담는다. 막대한 금액이 투입된 만큼 면면도 화려하다. 그리스 로케이션을 통해 이국의 풍경을 담고 군 중장비 등이 동원돼 화려한 액션을 화면에 담았다. ‘시그널’은 독특한 촬영기법으로 화제가 됐다. 신호(무전)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제훈 김혜수 조진웅 분)이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는데 시대배경에 따라 화면의 질감이 달라진다. 마치 80년대 TV를 보는 듯한 느낌인데 연출을 맡은 김원석 PD의 의도였다.

최근 극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도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촬영 시작 5분 전 급하게 나왔던 ‘쪽대본’을 없애고 과감하게 사전제작했다.(태양의 후예) 극작업 및 촬영을 70% 가량 완성해놓고 방송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시그널 치즈인더트랩) 시청자 반응을 그때그때 극에 녹여낼 수 없는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미리 완성된 대본은 배우의 캐릭터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대본에 따른 촬영 계획을 미리 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현장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시그널
△‘4050’이 달라졌어요

요즘 드라마 트렌드는 40~50대가 이끈다. 시청률 30%에 도전하는 ‘태양의 후예’의 저력은 여기서 온다. 닐슨코리아의 분석에 따르면 ‘태양의 후예’는 40~50대 중장년층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지난해 말부터 방송돼 케이블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18.8%)을 기록한 tvN ‘응답하라 1988’의 인기 진원지 역시 중장년층에 있었다.

지상파 방송사는 중장년층을 목표로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 ‘가족’에 초점을 맞춘 홈드라마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게임의 법칙이 변했다. 40대 여성이 송송커플(송중기 송혜교)에 열광하고 50대 남성이 ‘응답하라 1988’ OST를 흥얼거린다. 트렌디 드라마가 청년층의 전유물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시청층이 변하면서 흥행 작품의 기준이 달리지고 있다”라며 “리모컨 권력의 중심은 40~50대에 있기 마련인데 현재 이 시청층은 모바일 플랫폼과 TV모두 익숙한 세대다. 웹콘텐츠가 인기라고 하지만 결국은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태양의 후예’ ‘시그널’ 등에 대해 ‘무비드라마’라고 칭하며 “모바일 플랫폼보다 안방극장에 최적화됐고 극적인 쾌감을 통해 본방사수 의지를 끌어 올렸다. 결국 완성도가 리모콘을 들게 했다”고 말했다.

△‘미드’와 경쟁하라

경쟁자는 바다 건너에 있다. 케이블 방송 등으로 소개되던 미국드라마(이하 미드)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등을 통해 국내에 직접 들어온다. 특정 마니아 층에만 인기있던 미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보편화됐다. 최근 들어 장르드라마가 주목받는 것은 결국 미드의 영향이 크다.

미드의 영향력은 접점이 없어 보이던 사극으로 이어진다. 과거 히트 드라마인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인 ‘육룡이 나르샤’는 마치 게임하듯 회차마다 등장 인물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했다. 전체 이야기 흐름을 중요시하던 과거와 다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고려말, 조선초는 수차례 드라마 혹은 영화 등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드라마가 시작될 때만 해도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극적 구성으로 이를 돌파했다.

정 평론가는 “‘육룡이 나르샤’는 실존 사건을 소재로 하지만 상상력이 더해져 훨씬 풍성해졌다”라며 “기본적인 역사의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밀본’과 ‘무명’ 등 현대적인 해석 및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며 시청자 흥미를 사는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극과는 별개의 개념이었던 무협소재를 과감하게 가져와 차별화했다. 정도전과 이방원의 정치 다툼뿐만 아니라 가상 인물인 이방지와 무휼의 검대검 대결, 스파이 조직간의 두뇌게임도 다른 축을 형성했다.

육룡이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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