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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파문과 프로야구의 불편한 현실

정철우 기자I 2010.08.17 09:52:21

신인 선수 사전 메디컬체크 파문 결국 미봉책으로 마무리
떨어진 규약의 권위, 결국 악순환 불러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LG의 신인 선수 사전 메디컬체크 파문이 봉합됐다. 16일 신인 드래프트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마무리 됐다.

그냥 조용히 덮힌 것 만은 아니었다.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8개구단 단장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7개구단 스카우트들은 LG의 1차지명권이 박탈되지 않으면 드래프트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나 다름 없다. 모 구단 관계자는 "드래프트는 예정대로 진행 될 것"이라고 단언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모든 구단이 규정 위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신인 선수에 대한 메디컬체크는 LG만 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유형의 사전 접촉 의혹은 그보다 더 많았다.

여기에 FA 규약이나 메리트 제도 등 부수적인 문제까지 짚고 넘어가게되면 어느 한 팀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 패자가 되는 싸움을 할 리가 없으니 결국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가 또 한번 문제를 봉합(封合)한 것이 아니라 미봉(彌縫)한 것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늘 그런식이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불거지면 그제서야 호떡집 불난 듯 수선을 피운다. 하지만 처벌은 그때마다 제각각이다. 명확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법대로 집행되는 예는 적다.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결정이 내려지기 일쑤다.

결국 시간이 흘러 대책이 나오지만 이 역시 완전치 않다.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많다.

FA제도만 해도 그렇다. 계약금과 다년계약이 금지돼 있지만 어느 팀도 이를 지키지 않는다. 메리트 제도는 한때 3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KBO는 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틀린 말은 아니다. KBO가 구단 계좌를 뒤져볼 순 없다.
 
사법 기관 고발? 그런 상황까지 몰리면 돌아올 답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그래도 파국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KBO 규약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지키는 사람만 바보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안지키는 사람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켜지지도 않을, 또 지켜질 수 없는 법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스트라이크 존은 여기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규약이 엄정하게 집행된다면 한국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범법자다. 법은 있지만 들킬 위험은 거의 없다. 문제가 되어도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
 
규약상 거액의 뒷돈을 주고 받은 구단,선수나 술 먹고 폭행 시비에 휘말린 선수나 모두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선 한쪽만 벌을 받는다.

KBO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규약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니, 더 교묘하고 어두운 방법이 동원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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