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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희로애락 그린 '골목식당', 4년 여정이 남긴 것 [종영]

김보영 기자I 2021.12.30 09:10:57

1445일간 44개 골목 132곳 솔루션…중간점검까지
제작진과 백종원의 진정성, 시청자들에게 통해
논란, 잡음도 많았지만…희망의 메시지 전해

(사진=SBS ‘골목식당’ 최종회 방송화면)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4년 여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9일 방송된 ‘골목식당’은 200회 최종회 특집으로 꾸며졌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방송인 김성주, 배우 금새록은 지난 4년간 방문했던 골목들과 솔루션을 진행했던 가게들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화재 사고를 겪어 안타까움을 샀던 원주 칼국숫집 할머니부터 포방터 홍탁집 사장님 등 ‘골목식당’을 웃고 울게 한 전국 사장님들의 영상 편지로 마지막까지 자영업자들과 함께하며 뜻깊은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018년 1월 방송을 시작한 ‘골목식당’은 백종원 대표와 SBS가 ‘3대천왕’, ‘푸드트럭’에 이어 세 번째로 손을 잡고 선보인 예능이었다.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 프로젝트란 기획 취지에서 출발했다. 요식업계 프랜차이즈의 큰 손인 백종원 대표가 전국 곳곳의 골목에 위치한 가게들을 돌며 상황이 어려운 식당을 찾았다. 요식업 사업가로서 쌓은 각종 노하우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할 솔루션을 제시해 매회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동 시간대 타 방송사 드라마, 인기 예능 등 쉽지 않은 경쟁 환경 속에서도 최고 시청률 11.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선 솔루션을 진행한 식당을 직접 방문해 맛보는 시청자들의 인증 행렬이 이어질 정도였다.

‘골목식당’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종원 대표가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은 질문에 답한 대목도 화제였다. 그는 당시 “외식업자로서 맛집을 찾아다니는 분위기를 만들고 외식업의 파이를 키우는 것, 나아가 외식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외식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전한 바 있다.

그 목표는 현실이 됐다. 식당들이 백종원의 솔루션 덕에 줄 서서 음식을 기다릴 정도로 사랑 받는 맛집으로 거듭나면서 외식 소비를 늘리고 실물 경제를 움직일 정도의 화제성과 영향력을 증명했다. ‘골목식당’ 출연으로 큰 인기를 얻은 돈까스집 ‘연돈’은 소비 행렬에 힘입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포방터 골목에서 백종원 대표의 도움으로 제주도 더본 호텔 인근으로 영업장을 이전했다. 제주도에서도 인기를 얻자 백종원 대표와 손을 잡고 ‘연돈 볼카츠’란 프랜차이즈를 설립하기도 했다.

다만 그만큼 논란도 적지 않았다. 골목 상권에서 시작한 ‘연돈’이 이를 ‘연돈 볼카츠’로 프랜차이즈화 하는 것이 골목 상권 환경을 오히려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연돈’ 사장은 “한돈 농가의 요청을 받아 개발한 메뉴였다”며 “농가에 힘을 보탤 기회가 생겨 보람차게 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SBS ‘골목식당’ 방송화면)
‘골목식당’은 방송 기간 1445일 동안 44개 골목의 가게 132곳의 솔루션을 진행했다. 솔루션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한 식당도 있었지만 소위 ‘빌런’이라 불릴 정도로 태도가 불량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산 곳도 적지 않았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일부러 이런 식당들을 전면에 내세워 프로그램을 자극적으로 연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솔루션 이후 초심이 변해버린 사장들의 태도, 부동산 문제, 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논란, 레시피 도용 등 생각지 못한 잡음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그럼에도 4년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던 비결은 제작진과 백종원 대표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통해서다. ‘보여주기식 솔루션’에만 그치지 않고자 중간 점검 제도를 마련해 끊임없이 가게들의 상태를 살폈다. 방송과 관련 없이 백종원 대표가 가게들을 찾아가 상태를 점검하고 조언을 건넨 일화 등 각종 미담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백 대표는 자신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방출했고, 가게 살리기를 위해 사비까지 내며 자영업자들을 도왔다. 이에 ‘골목상권의 파괴자인 프랜차이즈 사업가가 골목상권을 어떻게 돕냐’는 일각의 비난은 수그러들었다. 방송이 익숙지 않은 가게 사장님들을 편안히 방송에 임할 수 있게 도와준 김성주와 알바, 시식요원 등 올라운더로 활약하며 분위기에 활력을 준 조보아, 금새록 등 출연진, 게스트들의 활약상도 인기에 한몫했다.

최근 종영을 앞두고 열린 ‘2021 SBS 연예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골목식당’ 정우진 PD의 수상소감도 감동을 줬다. 정 PD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국을 보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자영업자분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이라며 “이 상은 자영업자들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시라는 의미로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 29일 방송된 ‘골목식당’ 최종회에서는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가게 사장님들의 영상 편지로 훈훈히 장식됐다. 화재사고 및 사장님의 암 투병을 겪은 원주 칼국숫집은 방송 이후에도 꾸준히 문전성시를 이루며 맛집을 유지 중이었다. 포방터 홍탁집 사장은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 중인 근황을 공개하며 “대표님 덕분에 장사도 잘하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골목식당’이 종영해도 초심을 잃지 않고 번창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끝내 솔루션에 실패한 청파동 피자집 사장은 요식업을 접고 명리학을 공부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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