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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은 ‘기생충’과 인연을 맺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우식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생충’ 캐스팅 과정을 들려줬다.
최우식과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첫 작품은 2년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 ‘옥자’. 최우식은 극중 슈퍼돼지 옥자를 운반하는 대형트럭 운전기사 김군으로 짧게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이 그 작품의 뒤풀이에서 알 듯 말 듯 한 시그널을 준 것이 시작이었다.
“‘옥자’ 뒤풀이 때 감독님이 ‘우식군 다음에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셨어요. 속으로는 ‘뭐지?’ ‘무슨 뜻이지?’ 싶으면서도 뭔가 살짝 언질을 준 것 같아서 내심 기대를 했어요.”
최우식의 기다림은 그때부터였다. 그 뒤 봉준호 감독에게서 기별은 없었다. 기다리는 도중에 “그 이야기 들었냐”고 떠보면서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는 스티븐 연의 감질 멘트는 최우식을 답답하게만 할 뿐이었다.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 최우식의 애간장이 타들어갈 때쯤 봉준호 감독의 또 한 번의 시그널이 전해졌다.
“감독님이 연락해서 ‘요즘 뭐하냐’ ‘계획이 뭐냐’고 물으시기에 ‘몸이 왜소해서 운동하고 있다’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그 운동 좀 늦춰라’고 하시더라고요. ‘운동 안 해도 된다’ ‘왜소한 채로 있어라’라고 하시는데 촉이 오더라고요. 그때 기분은 뭐랄까, 저 혼자 썸타다 이뤄진 것 같은 느낌?”(웃음)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부자관계로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다. 실직한 아버지에 5수생 아들까지, 세상의 잣대로 보면 한심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하는 모습은 세대 간 단절이 심한 요즘 보기 힘든 감동을 준다. 이번 영화에서 송강호와 가장 많은 합을 맞춘 최우식은 송강호의 기에 눌리지 않고 제 몫을 해내 호평을 얻고 있다. 경기 불황에 먹고 사는 문제가 걱정인 요즘 청년의 우울한 현실이 최우식에게 투영돼 있다.
봉준호 감독은 독립영화 ‘거인’의 최우식을 눈여겨보고 ‘옥자’에 캐스팅했다. 그것이 ‘기생충’으로까지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이 ‘옥자’에서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같이 작업하면서 (송)강호 선배의 아들로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최우식의 얼굴에서 아이돌 같이 잘생긴 외모와는 또 다른, 바로 옆집에서 볼 수 있는 묘한 현실감이 느껴져 좋았다”고 설명했다. 최우식은 “확 튀는 얼굴이 아니라 평범하게 생겨서 이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팍팍한 삶의 현실에서도 긍정적인 기우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기생충’은 백수가족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보기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두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폐막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국내에서 3일까지 374만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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