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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틀어막더니..'윤식당'·'응팔' 대놓고 베끼는 中예능

김윤지 기자I 2017.08.04 06:30:00
사진=tvN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점점 뻔뻔해진다. 한국 인기 예능을 무단으로 베낀 중국 예능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중국 후난위성TV ‘중찬팅’(中餐廳· 중식당)은 tvN ‘윤식당’을, 중국 아이치이(iQiyi) ‘랩 오브 차이나’는 Mnet ‘쇼미더머니’를, 아이치이 ‘스타의 탄생’(明星的誕生)은 Mnet ‘프로듀스101’을 따라했다. 전체적인 포맷부터 세부 설정까지 복사해 붙여넣기 수준이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포맷을 정식 구입하거나 공동제작했다. 지난해 한한령 이후 노골적인 베끼기가 시작된 셈이다.

◇베껴도 너무 베꼈다

휴양지이지만 잘 정비된 길이다. 주인공들은 차가 아닌 자전거로 숙소를 떠나 목적지로 향한다. 페달을 밟는 여성은 편안한 옷차림에 반다나(큰 손수건)를 헤어밴드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중찬팅’이다. 조미 등 중국 톱스타들이 태국 휴양지에서 중식당을 운영한다는 콘셉트다.

‘중찬팅’은 지난 5월 종방한 ‘윤식당’을 노골적으로 따라간다. ‘윤식당’처럼 식당 운영과 휴양 즐기기가 주된 내용이다. 인트로 화면은 물론 외국인 손님에게 음식을 소개하는 장면, 일과를 마친 후 숙소에서 느긋한 저녁식사 등 ‘윤식당’ 시청자라면 익숙한 풍경이다. 갑자기 현지 경찰이 등장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에피소드는 ‘윤식당’의 식당 철거 일화를 연상시킨다. ‘윤식당’ 부엌 구조, 의상 콘셉트, 자막 스타일까지 흡사하다.

‘윤식당’을 연출한 나영석 PD는 최근 ‘알쓸신잡’ 제작발표회에서 “포맷은 비싸지 않다.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할 경우 세세한 가이드를 비롯해 애프터서비스도 제공 한다. 정품을 구매해주기 바란다”고 호소 아닌 호소를 했다.

◇빈번한 무단 표절, 왜 이렇게 됐나

‘윤식당’ 외에도 중국 내 다수 예능이 국내 예능을 연상시킨다. 후난위성TV ‘신기한 아이’(SBS ‘영재발굴단’), ‘동경하는 삶’(tvN ‘삼시세끼’), ‘위샹허니창’(SBS ‘판타스틱 듀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KBS2 ‘노래싸움 승부’, SBS ‘신의 목소리’, SBS ‘정글의 법칙’과 유사한 중국 예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한령이다. 지난해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당국이 한류 콘텐츠를 전면으로 금지했다. 현지 방송사는 한국 콘텐츠를 편성할 수 없게 됐다. 다른 의미로 정식 구입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동안 공동 제작으로 국내 제작진이 현지에 전한 노하우도 그릇된 자신감을 부채질했다.

중국의 한국 예능 베끼기는 드라마로 번지고 있다. 오는 12월 중국 안후이TV는 새 드라마 ‘우리는 사춘기’를 선보인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10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는다.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도 함께 녹일 예정이다. 시나닷컴 등 현지 매체는 ‘우리는 사춘기가’가 중국판 tvN ‘응답하라 1988’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중찬팅’ 방송화면 캡처
◇방송사 수익 악화, 돌파구는?

이는 방송사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SBS ‘런닝맨’ 중국판인 저장위성TV ‘달려라 형제’는 시즌5부턴 프로그램 제목을 ‘달려라’로 바꿨다. 간판을 바꿔달았단 이유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됐다. 황당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SBS는 계약에 따른 정당한 수익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중국을 상대로 하던 공동제작·포맷 판매 등이 순식간에 무력화됐다”면서 “공문을 보내고 법적인 대응을 강구하는 등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이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겉핥기식 표절은 오래갈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 예능 시장이 자체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이상 무의미한 베끼기란 지적이다. ‘프로듀스101’을 연출한 안준영 PD는 중국판 ‘프로듀스101’인 ‘스타의 탄생’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투표 방식부터 세트 구성까지 그대로 따라했지만 껍질뿐이다. 무슨 이유로 그렇게 해야 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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