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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 세살. 벌써 결혼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 부모뻘, 할머니 할아버지대 어른들이 며느리, 손주며느리 삼고 싶어할 아이콘이 되겠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흔들어주세요’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앨범을 발매하고 트로트 가수로 첫 발을 내디딘 소유미의 포부는 당찼다. 그런 성격이 있었기에 아직 20대 초반에 트로트 도전이라는 용기도 낼 수 있었을 게다.
이미 두번의 가수 활동을 했다. 5년 전 걸그룹 브이엔티 멤버로 데뷔했다. 데뷔 앨범이 마지막 앨범이었다. 지난해 보컬그룹 키스 앤 크라이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한 장의 앨범 이후 활동이 이어지지 않았다. 나이, 그 동안 쌓아온 연습생 이력을 감안하면 다시 아이돌 활동에 도전해도 이상할 게 없다. 아이돌로서 재능, 감각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키스 앤 크라이 활동이 끝난 뒤 아이돌 제의도 적지 않게 받았다.
그러나 소유미는 다른 길을 택했다. 듀스 멤버였던 이현도를 만나 준비해 온 결과물이다. 이현도는 한국 힙합 1세대이지만 트로트 가수 제작을 준비했고 소유미를 만났다. 소유미는 오디션에서 익스 ‘잘부탁드립니다’, 팝송인 데미 로바토의 ‘Give your heart a break’를 부르고 이현도와 손을 잡았다. 소유미는 “트로트를 하기 전에도 일명 ‘뽕끼’가 넘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뽕유미’라는 애칭도 있었으니까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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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도를 소개해준 것은 친하게 지내온 나인뮤지스 경리였다. 경리는 “언젠가는 트로트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고 했으니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경리도 소유미의 ‘트로트 운명’을 꿰뚫어본 셈이다.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는 앞에 모이는 관객들이 다르다. 무대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소유미는 “가수를 시작하면서 목표가 또래 친구들뿐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나이대의 분들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거였어요”라며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즐겁게 해드리느는 모습을 봐왔거든요. 낯설기보다 친근해요.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을 떨고 싶어요”라고 웃었다.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면서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아버지, 오빠와 함께 말 그대로 ‘패밀리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소유미는 그 콘서트에 젊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게 자신의 역할이 될 거라고 했다.
“트로트 팬층의 연령대를 낮추는 게 제 숙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저를 통해 트로트가 나이 많은 분들이 듣는 노래라는 편견이 깨질 수 있도록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