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의 톺아보기]'미생', 그 후..모두가 앓는 후유증의 실체

강민정 기자I 2015.02.14 08:00:08

배우들, "드라마 시나리오 재미 없어"..스크린 차기작 多
시청자, "요즘 드라마 감동이 덜해"..막장+판타지 소재 多
제작사, "'미생' 같은 작품 없나"..좋은 원작 찾기에 집중

‘미생’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지난해 12월 20일.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따뜻했던 이 드라마는 고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교과서’로 남았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이 종방된지 2개월. 2년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은 ‘미생’의 파급력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케 한다. 너도 나도 ‘미생 앓이’다. 끝난 뒤 그리움은 더욱 짙다.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미생’ 후유증의 실체, 그 안을 들여다봤다.

변요한 강하늘.
△“드라마 시나리오, 재미가 없어요.”

위험한 발언일 수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미생’에 출연했던 배우들 가운데 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배우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우리끼리 ‘이게 ‘미생’ 후유증이면 후유증이겠다’고 말한다”며 “다른 작품이 ‘별로’라는 생각보다 ‘미생’이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미생’ 출연진 중 차기작 활동에 나서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배우 강하늘은 ‘미생’ 촬영에 앞서 출연이 결정된 영화 ‘쎄시봉’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어 ‘순수의 시대’와 ‘스물’ 개봉을 줄줄이 앞두고 있고, 배우 변요한도 영화 ‘소셜포비아’ 개봉과 함께 이후 차기작도 영화로 결정할 전망이다. ‘핫(Hot)’한 인기 속에 ‘미생’을 떠나보낸 강소라, 임시완, 이성민, 김대명 등 출연진 역시 스크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안방극장 컴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미생’이 끝난 후 배우들의 주가가 너나 할 것 없이 오른 상황이라 이들에게 쏟아진 러브콜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다음 작품 결정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이 드라마가 배우들에게 안긴 성장통과 이를 통한 만족감이 대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설의 마녀’ ‘압구정 백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막장 논란’에 매회 휩싸이며 웰메이드 측면에선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감동이 없어요.”

후유증은 시청자의 몫이기도 하다. 대사 한줄, 배우들의 눈빛 하나에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던 시청자들이 이젠 마음 둘 곳이 없어 보인다. 현재 안방극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작품은 SBS 월화 미니시리즈 ‘펀치’와 MBC 수목 미니시리즈 ‘킬미 힐미’, MBC 일일연속극 ‘압구정 백야’ 정도. 주말극 중에선 KBS2 ‘가족끼리 왜이래’와 MBC ‘장미빛 연인들’, ‘전설의 마녀’ 정도가 전부다.

이 중에서 ‘미생’처럼 공감에 포인트를 두고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는 작품은 ‘가족끼리 왜이래’와 ‘펀치’ 정도. ‘킬미 힐미’는 7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이’를 남자 주인공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묘한 경계에서 시청자에게 재미를 안기고 있다. ‘장미빛 연인들’과 ‘전설의 마녀’는 ‘압구정 백야’는 지금껏 ‘막장 드라마’에서 보던 모든 장치를 섞어놓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높은 시청률을 노리고 있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미생’이 지상파에서 만들어졌다면 기존 내용대로 흘러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에 모든 부분 동의할 순 없지만 뼈아픈 지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시청률과 시청자의 만족도, 웰메이드의 수준을 같은 기준으로 해석할 순 없겠지만 당장 피드백을 느낄 수 있는 ‘숫자상 지표’에 혈안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시청자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다. ‘전설의 마녀’의 김수미, ‘킬미 힐미’의 지성 등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단편적으로 흘러가는 콘텐츠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특히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 연이어 등장하는 안방극장 현실엔 피로도가 높아진다. ‘킬미 힐미’나 SBS 수목 미니시리즈 ‘하이드 지킬, 나’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케이블채널 tvN ‘하트투하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생’ 웹툰 원작. 마니아 팬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냈던 웹툰은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 후 파급력을 더해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갱신했다.
△“‘미생’ 같은 작품, 어디 없나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요즘 제작사 내부 회의에선 “‘미생’ 같은 작품 어디 없나”라는 고민이 쏟아진다.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미생’의 히트엔 내외부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뭔가가 있었기 때문. 임시완, 강소라, 변요한, 김대명 등 반신반의의 인상을 남겼던 캐스팅 라인업이 성공으로 통하는 ‘신의 한수’를 이뤄낸 것도 ‘미생’의 흥행 성공을 이끈 요인이었다. 사회적으로 ‘갑(甲)의 횡포’와 ‘을(乙)의 설움’이 화두에 있었던 현실은 대중으로 하여금 ‘미생’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미생’의 성공을 도운 원천적인 힘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 원작에 있었다는 분석이 주효하다. 마니아 팬층을 확보한 수작이었기 때문에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다는 사실이 알려짐과 동시에 ‘기대작’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참신한 소재나 아이템을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 2,3년간 원작이 있는 작품 개발에 집중했다”며 “‘미생’ 후엔 그 물밑작업이 더욱 치열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외주제작사 관계자 역시 “단순히 ‘미생’처럼 우리 이야기 같은 공감대를 자극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보자는 의견 외에 아직 대중적으로 검증받진 못했지만 가능성이 높은 신진 작가, 숨겨진 웹툰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앞으로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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