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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프로축구 구단 회장, 심판에 주먹질...리그 중단 초유사태

이석무 기자I 2023.12.12 10:01:26
튀르키예 앙카라귀즈 구단의 파루크 코카(왼쪽) 회장이 주심을 구타하고 있다. 흥분한 팬들도 그라운드에 쓰러진 주심을 발로 차고 있다. 사진=AFPBBNews
튀르키예 프로축구의 할릴 우무르 멜레르 주심이 앙카라귀쥐 구단 회장과 팬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튀르키예 프로축구에서 구단 회장이 심판에게 주먹을 날려 리그 전체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주요 외신들은 12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슈퍼리그 앙카라귀쥐 구단의 파루크 코카 회장이 15라운드 리제스포르와 경기가 끝난 뒤 할릴 우무트 멜레르 주심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보도했다.

상황은 이렇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열린 앙카라귀즈와 리제스포르의 경기는 2명이 퇴장을 당할 정도로 치열하게 펼쳐졌다. 홈팀 앙카라귀지는 전반 14분 선제골을 터트리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후반 5분 스트라이커 알리 소웨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홈 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앙카라귀지는 리제스포르 중앙수비수 에미르한 톱추가 후반 추가시간 5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승리를 가져오는듯 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 시간 7분 리제스포르의 알돌포 가이치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다잡은 승리를 놓치자 화를 참지 못한 코카 회장은 멜레르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자마자 그라운드에 난입했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주심의 왼쪽 눈 부위를 가격했다.

설상가상으로 격분한 앙카라귀쥐의 팬들도 경기장에 들어와 쓰러진 주심을 발로 차면서 폭행했다. 그라운드는 주심을 폭행하는 팬들과 이를 말리려는 선수 및 관계자들이 서로 엉키면서 난장판이 됐다.

한참이나 집단 폭행을 당한 멜레르 주심은 안면 골절 등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 관계자는 “생명에 위협은 없지만 왼쪽 눈 주위 출혈과 골절이 있다”며 “머리를 다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멜레르 주심은 2017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37살의 젊은 심판이다. 지난달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주심으로 투입되는 등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능한 심판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튀르키예 국가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튀르키예 축구협회는 곧바로 모든 리그 경기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메흐메트 부유케시 축구협회장은 “이번 사건은 튀르키예 축구의 수치”라며 “이번 사건 관련자들은 가장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노했다.

심지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즉각 메시지를 내고 강력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 일어난 주심에 대한 공격을 규탄하며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포츠는 평화와 형제애를 의미한다. 스포츠는 폭력과 함께 존재할 수 없다”며 “우리는 튀르키예 스포츠에서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인 앙카라귀쥐 구단은 곧바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구단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큰 슬픔에 잠겼다”며 “터키 축구 팬과 전체 스포츠 커뮤니티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상대팀 리제스포르도 “경기 후 일어난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주심이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인 코카 회장도 이후 몸싸움에 휘말리면서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경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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