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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측면에서도 프로야구의 입지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포브스 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프로야구단의 경제적 가치는 1조 3898억 원에 달한다. 10개 구단의 시장 가치, 경기장 가치, 연봉, 중계권료 등을 기준으로 자체 평가한 결과다. 과거와 현재의 KBO리그 산업 규모를 비교하는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KBO에서는 적어도 수십 배는 커졌을 거라고 관측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구단 수익 구조가 모그룹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건 과제로 지적된다.
◇중계권·스폰서…야구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됐나
현재 구단 운용 비용의 상당 부분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벌어들이는 중계권·스폰서 수입으로 충당되고 있다. KBO는 2002년 자회사 KBOP를 설립해 중계권 협상과 타이틀 스폰서 계약 등 마케팅 사업 총괄을 맡겼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방송사들은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프로야구를 등한시했다. 지상파 3사는 중계권 계약을 맺고도 합의 내용을 안 지키기 일쑤였고, 그나마 중계되는 경기들은 대부분 실황이 아닌 녹화로 주말에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2006년 SBS스포츠가 한화 베테랑 투수 송진우의 200승 대기록 달성을 외면하고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던 이승엽의 경기를 편성한 데 대해 KBO가 강경 항의하기도 했다.
분위기는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대회 선전을 거치며 반전됐다. 2010년 연간 200억 원 이상이 된 중계권료는 2015년 484억 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지상파 3사와 2023년까지 4년간 맺은 계약 규모는 총 2160억 원이었고,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과 관련 통신·포털 컨소시엄과는 5년 1100 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중계권으로만 연평균 760억 원이 넘는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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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타이틀 스폰서 계약이었던 2018년 신한은행과는 3년 240억 원으로 역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이후 신한은행은 후원계약을 1년 더 연장했다. 연평균 타이틀 스폰서 수익이 24년 동안 4억 원에서 80억 원까지 늘어난 셈이다.
◇프로야구 견인한 대기업…만성 적자 구조 이어져
한국 야구의 프로화 과정에서 대기업들의 역할은 지대했다. 제5공화국은 비용을 최소화해 프로 스포츠를 창설하길 원했고, ‘재무구조가 건실한 상시노동자 3만 명 이상의 대기업’이 야구단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MBC 청룡,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OB 베어스, 해태 타이거즈, 삼미 슈퍼스타즈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중 현재까지 팀명이 바뀌지 않은 팀은 삼성과 롯데뿐이다. 나머지는 모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운명을 함께 했다. 구단이 스포츠 시장의 매물로 나온 것도 여러 번이다. 인수 시 책정된 금액을 보면 달라진 프로야구의 위상이 확인된다. 1985년 청보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약 70억 원에, 올해 신세계그룹은 SK 와이번스를 1352억 8000만 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모기업 의존도가 높은 태생적 구조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 정도를 제외한 다른 구단들은 모그룹으로부터 매해 200억 원에 가까운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KBO에 따르면 지난해 손익계산서를 공개한 8개 구단 중 LG 트윈스(78억 원)·NC 다이노스(38억 원)·두산 베어스(34억 원)·KT 위즈(20억원)가 적자를 냈다. 롯데 자이언츠(22억 원)·SK 와이번스(17억 원)·삼성 라이온즈(14억 원) 등 순이익을 낸 구단들도 그 규모는 작았다.
대표적 원인으로는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지적된다. FA 100억 광풍이 몰아치며 선수단 운영비는 늘었으나, 입장료나 광고 등 구단 매출이 증가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환경에서 구단이 데려올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인데, 이때 그룹으로부터 통 큰 투자를 받는 팀이 호성적을 거두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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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프로야구를 상품으로 판매해 수익을 얻는 게 프로 구단이라면,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키움 히어로즈를 빼고는 프로 구단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프로야구에 진정한 의미의 비즈니스형 구단이 많아진다면 고객인 팬을 위한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고, 이를 통해 시장 사이즈 자체가 커져 다시 수익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