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삼성 아시아 제패, 잠자던 일본 야구를 깨우다

정철우 기자I 2011.11.30 08:32:33
▲ 삼성 선수들이 2011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뒤 류중일 감독을 헹가레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29일 끝난 2011 아시아시리즈서 일본 챔피언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팀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우승은 첫 영광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단순히 일본 팀을 꺾은 것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아시아 시리즈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며 아시아 야구의 판을 키우는 출발점을 마련했다.

일본 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이 정말 큰 일을 해냈다. 활로가 필요했던 아시아 야구가 길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기뻐했다.

아시아시리즈는 그동안 한.일 양국에 모두 부담스러운 무대 정도로 여겨졌다. 일본 입장에서 특히 더했다.

한국이나 대만 야구보다 우위에 있다는 우월 의식 때문이었다. 어차피 1등인데 굳이 잃을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흥행도 마찬가지였다. 인기 팀이 출전하지 않으면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제대회를 통해 일본 국내 팬들의 열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지난 2009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한.일 챔피언십이 유일하게 적자를 면한 사례였다. 당시 출전 팀은 일본 최고 인기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였지만 흑자액은 730만엔(약 1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의 첫 우승은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챔피언들이 참가해 결국은 일본이 우승하는' 뻔한 흐름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야구기구(NPB)가 추진하고 있는 한.일 야구 교류면 확대 정책도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NPB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국내 야구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국제교류, 특히 한국과 잦은 경기를 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한 일본 야구 관계자는 "지난해 재팬시리즈는 최악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팀 중 하나인 지바 롯데가 올라온 탓이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높아졌다. 7차전의 경우 20%를 넘겼을 정도다. 지바 롯데가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양 팀이 매 경기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승.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시청률 대박으로 이어졌다"며 "스토리가 있는 야구는 여전히 매력적인 컨텐츠라는 걸 증명한 사례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 야구와 승부는 좋은 소재다. 특히 이번 대회 삼성의 우승으로 또 한번 그 사실이 증명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산 수석코치로 내정된 이토 코치는 세이부의 우승 감독 출신이다. 올해 SK서 활동한 타시로 코치 역시 감독 대행을 역임한 바 있다. 이전과 같은 일본 야구의 우월의식이 지배하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변화다. 이미 한국 야구에 대한 일본 야구계의 시각이 크게 변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제패는 잠들어 있던 일본 야구계를 깨워 보다 강력하게 승부를 걸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제 일본 야구는 좀 더 세게 붙어올 것이다. 우리도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 관련기사 ◀ ☞장원삼의 직구, 삼성을 다시 꿈꾸게 하다 ☞'첫 亞 정상' 삼성, 한국 프로야구 역사 다시 쓰다 ☞'6.1이닝 1실점' 장원삼, 한국 야구 자존심 살린 '쾌투' ☞삼성, 日소프트뱅크 꺾고 아시아시리즈 첫 정상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