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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으로 간 ‘삼촌-사남일녀’, 다큐예능의 맛을 살리다

강민정 기자I 2014.02.25 07:51:27

MBC '사남일녀'-tvN '삼촌로망스'..다큐예능 포맷 론칭
'사남일녀', '인간극장+패떴' 결합..편안한 재미 추구
'삼촌롬아스', '체험현장+무도' 결합..제3의 효과까지

‘삼촌로망스’(왼쪽)와 ‘사남일녀’.(사진=tvN, iMBC)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완벽히 새로운 포맷은 없다. 창조는 적절한 결합에서 시작된다. 현재 예능프로그램의 주류가 된 관찰 포맷이나 여행 포맷도 야생 버라이어티와 리얼 버라이어티의 트렌드에서 파생된 형태다. 최근엔 다큐멘터리와 예능프로그램을 섞어놓은 듯한 프로그램이 속속 론칭되고 있다. 농촌이 배경이라는 데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의 속성이 엿보인다. 출연자들의 일상을 가만히 지켜보는 촬영 콘셉트는 다큐멘터리와 닮았다. 농촌으로 간 ‘다큐예능’의 매력을 꼽았다.

‘사남일녀’.(사진=iMBC)
◇‘인간극장+패떴’, 내집 같은 편안함

다큐멘터리의 스테디셀러로 KBS1 ‘인간극장’이 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인간극장’은 내집 같은 느낌의 편안함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SBS ‘패밀리가 떴다’는 유재석, 윤종신, 이효리 등 6~7명의 출연진들이 마치 하나의 가족을 이룬 버라이어티였다. 매주 시골 마을을 찾아가 어르신들이 여행을 간 사이 집을 봐주는 식으로 프로그램이 전개됐다.

이 두 프로그램을 결합시킨 게 MBC ‘사남일녀’다. 첫째아들 김구라, 둘째아들 김민종, 셋째아들 서장훈, 넷째아들 김재원, 막내 딸 이하늬가 매달 새로운 부모를 맞아 4박 5일간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남일녀’라는 가족 형태로 구성됐다는 점이 ‘패밀리가 떴다’와 비슷하다. KBS2 ‘1박2일’이나 MBC ‘아빠! 어디가?’처럼 시골 마을에서 특별한 미션을 펼치는 등의 장치도 없다. ‘인간극장’처럼 그곳의 어르신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포인트다.

‘사남일녀’는 초반 어색한 분위기를 떨치고 출연진간 가족애 못지 않은 정을 쌓았다. 새로운 부모의 자식 노릇을 해야한다는 게 낯 뜨거운 일일 수 있지만 이 조차 ‘사남일녀’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무뚝뚝해도 뒤에서 제 몫을 해내는 아들(김구라), 행동보다 마음이 앞서는 허당 아들(김민종),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아들(김재원), 사고뭉치 아들들 때문에 속썩는 마음을 애교로 달래는 딸(이하늬)은 어느 집에나 있는 자녀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갑작스럽게 ‘연예인 자녀’를 두게 된 엄마, 아빠 입장에서도 사람을 들이는 데 거리감이 적다.

‘사남일녀’ 제작진은 “예능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재미를 유발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촬영을 하다보니 의도적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이 무의미하더라”며 “큰 재미나 감동을 터트리기 힘든 포맷이지만 ‘사남일녀’를 시청할 때 만큼은 포근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삼촌로망스’.(사진=tvN)
◇‘삶의현장+무도’, 제3의 파급효과

다큐멘터리의 베스트셀러로는 KBS2 ‘체험 삶의 현장’ 있었다. 연예인 혹은 명사들이 우리 이웃의 일터를 찾아 손수 번 하루 일당을 기부하는 형식이었다. 실천하는 삶, 땀 한방울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프로그램이었다. 예능계 베스트셀러인 MBC ‘무한도전’은 매주 색다른 미션을 소화하고 있다. 봅슬레이를 탔고 노를 저었다. 레슬링으로 구르고 런웨이를 걸었다. ‘무한도전’은 특히 10~20대 세대에게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파급효과를 안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삼촌로망스’는 두 프로그램처럼 ‘제3의 효과’를 기대할 만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삼촌로망스’는 셰프 강레오와 개그맨 양상국, 배우 강성진과 전(前) 야구선수 양준혁이 출연하는 농촌 재생 프로젝트다. 귀농과 귀촌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했다. 출연진은 한국 벤처농업대학에 입학해 강원도 인제군 소치마을에서 농촌수업을 받는다. 출연진들이 농사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제작비는 소셜미디어, 인터넷 등 매체를 활용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도 조달됐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일반인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된 셈이다.

‘삼촌로망스’가 프로그램에 임하는 자세는 꽤 진지하다. ‘씨를 뿌렸다가 안 되면 말지 뭐’, ‘땅을 일궜다가 실패하면 말지 뭐’, 이런 식의 단순한 좌충우돌 과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귀화하고 싶은 사람들,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볼 만한 일임을 알려줌과 동시에 절대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될 일이라는 시행착오도 보여줄 각오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출연자들 면면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내가 키운 채소로 음식을 대접하는 게 셰프로서 최종 꿈”이라는 강레오, “아이를 낳으면 전원 생활을 시켜보고 싶다”는 양상국, “누구보다 흙을 사랑하는 그라운드의 사나이였다”는 양준혁 등 4명 멤버들이 모두 귀농을 꿈꾸는 사람이라 회를 거듭할 수록 그 진정성은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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