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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변호인', 용두사미냐 화룡점정이냐(인터뷰)

최은영 기자I 2013.12.10 08:16:56

'설국열차' '관상' 이어 '변호인'으로 2000만 배우 도전
'변호인'서 노무현 전 대통령 변호사 시절 연기
생전 두 번 만나.."단역배우에 관심 인상적"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뭐가 겁나?" 아내 말에 용기

영화 ‘변호인’은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혁명이 동시에 이뤄진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송강호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3년이 전부 1980년대에 걸쳐 있다”며 “전역 후에는 연극에 미쳐 살았다”고 영화 속 ‘송변’과는 다른 방식으로 치열했던 자신의 80년대를 떠올렸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배우 송강호(46)의 출연작은 크게 둘로 나뉜다. 흥행작이거나 화제작이거나. ‘설국열차’는 이 둘을 모두 아울렀고, ‘관상’은 앞에, ‘변호인’은 뒤의 경우다.

영화의 주인공은 고졸 출신 판사에서 당시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송우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국민배우 송강호를 통해 스크린에 부활하는 셈이다.

화제의 중심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있다.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학림사건을 정면에서 다뤘다. 전두환 독재 정권이 사회과학독서 모임에 참여한 학생, 교사, 회사원 등을 용공세력으로 조작해 불법 감금, 고문한 사건을 말한다. 이 같은 사실은 송강호와 그의 새 영화 ‘변호인’을 기대와 논란의 중심 꼭대기에 올려놨다.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송강호는 “운명 같다”고 ‘변호인’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한차례 출연을 거절했다가 시나리오가 자꾸 눈에 밟혀 뒤늦게 마음을 바꾼 일화는 유명하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연기를 보일 수 있을까 두려웠다는 게 이유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최대한 빨리 답을 하는 편이에요. 하루를 안 넘길 때가 잦죠. 그래야 제가 거절을 하더라도 다른 배우를 빨리 섭외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같았는데 거절한 시나리오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거예요.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요. 결정이 빨라도 너무 빨랐나 후회했어요.”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을 때 아내의 묵직한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당신이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20~30대 배우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뭐가 겁날 게 있어”. 그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도 용기를 많이 줬지만, 아내의 이 말 한마디가 ‘변호인’ 출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내심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
‘변호인’의 첫 느낌은 ‘버겁다’였다. 이후에는 ‘따뜻함’에 끌렸고, ‘내 작품이다’ 마음먹은 이후에는 온 힘을 다했다. 촬영 전 대본 연습을 하고, 세트장에 나가서 연기 연습을 한 건 영화 일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이다.

“1분1초, 단 한 프레임도 허투루 보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분의 치열했던 80년대, 고귀한 삶에 티끌 하나라도 묻히면 안 된다는 각오로 연기했습니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변호인’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어요. 그런 화목함 뒤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죠.”

송강호는 노 전 대통령과 직접 마주한 일화도 소개했다. 재임 기간에 두 번 만났다고 했다. 한번은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귀국했을 때, 또 한 번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을 때다.

“‘밀양’ 팀 식사자리에서 이창동 감독님과 대화를 주고받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단역 배우들까지도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 감탄하시며 캐스팅에 관심을 보이셨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연기하며 특별히 참고한 부분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열정’을 꼽았다. “제 경우에는 노 전 대통령 하면 청문회 때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물불 가리지 않고 옳고 그름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드러내던 모습요. 그분의 특정한 말투, 몸짓 등을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았지만, 진실을 위해 파고드는 열정은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송강호는 올 한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배우다. ‘설국열차’(934만 명)와 ‘관상’(913만 명) 두 편의 영화로 1847만 관객을 동원했다. ‘변호인’으로 153만 관객만 모으면 한 해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로 2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최초의 배우가 된다. 연기력으로는 이미 앞선 두 편의 전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행배우로서도 ‘화룡점정’할 수 있을까.

“앞선 두 편의 작품과 달리 이번 영화는 관객 반응이 좀처럼 예상이 안 된다”는 송강호는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정치적으로 열광하는 사람은 아니다. 정치적인 의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관객분들도 부담 없이, 선입견 없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 역으로 열연한 배우 송강호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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