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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마음' 김남길 "현직 프로파일러들에 경의 표해" [일문일답]

김보영 기자I 2022.03.18 08:43:06
(사진=길스토리이엔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김남길이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떠나보낸 소감을 직접 전했다.

김남길은 지난 12일(토)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극본 설이나/ 연출 박보람)에서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로 거듭난 송하영의 성장 서사를 섬세하고 강렬하게 그려내 모두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극 중 송하영은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송하영 그 자체로 분한 김남길은 캐릭터의 폭넓은 감정 진폭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담아내는 ‘킹남길’의 저력을 과시하며 압도적인 흡입력을 선사했다. 김남길이 아닌 송하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대체불가 열연을 선보인 그는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태동으로 걸어 들어간 소감과 함께 일문일답을 전해왔다.

(사진=길스토리이엔티)
김남길 일문일답.

Q.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대중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끝이 났다. 소감은?

▶드라마를 사랑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했던 현장으로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배우, 스태프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범죄자로 출연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특히 현직 프로파일러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가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 이유는 12회 엔딩 메시지에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발달로 연쇄 살인 범죄가 초기에 차단되고 체포되고 있지만 해마다 강력 범죄로 사망하는 피해자는 여전히 수백여 명에 이릅니다. 잔인한 범죄로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이로 인해 고통받은 유가족 모두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사회, 범죄에서 가장 소외되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Q. 극 중 송하영이 범죄자들과 대면하거나 사건을 추적해나갈 때 보여줬던 수만 가지 감정을 담은 눈빛과 표정, 몸짓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디테일한 연기가 엄청난 몰입감을 안겨줬다.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던 부분이 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역할에만 몰입했던 것 같아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배우 김남길이 연기하는 ‘송하영’이 아닌, 실제 내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프로파일러 ‘송하영’ 그 자체로 살았기 때문에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사건이든 상황이든 흘러가는 대로 그 흐름에 맡겼던 것 같습니다. 상대 배우가 하는 걸 보고, 듣고, 따라가기만 해도 ‘송하영’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범죄자 면담 씬이나 취조 씬을 촬영할 때는 범죄자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공이 팔 할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배우들과 흐름에 맡겼던 것 같습니다.

Q. 사이코패스의 개념조차 없던 시절 악을 쫓기 위해 악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간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가 주인공이라, 캐릭터 준비 과정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떤 준비를 했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당시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면 어쩌나 염려되고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누구도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다시 들추어내는 것은 아닐까 여러모로 곱씹어가며 작품에 임했습니다. 당시 사건의 프로파일러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전달될까 고민도 많았습니다. 왜 악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지, 그것이 왜 필요한지, 진짜 프로파일러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Q. 직접 만나본 송하영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송하영은 정의감과 책임감이 강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려는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무심하게 보이는 인물입니다. 섬세하고 디테일하며 한번 시작하면 해결이 될 때까지 포기를 모르는 끈기와 근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Q. 다양한 유형의 범죄자들을 간접 경험해 봤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범죄자 중에도 연쇄살인범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악인이었던 건지 후천적인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성선설과 성악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극 중 대사처럼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범죄자의 탄생은 이 사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송하영이 국영수와 나눴던 모든 대사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8화에서 송하영이 구영춘 면담 후에 괴로워하며 ‘왜 하필 저였습니까?’라고 국영수에게 묻죠. ‘송하영’에게 가장 인간적인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송하영도 범죄자도 모두 사람이잖아요.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형사와 범죄자가 아닌 면담자와 피면담자로 만나야 하는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가 담긴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한 문장이 송하영이 ‘프로파일러 송하영’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자기 다짐이라고 생각했고요. 또한 송하영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제게도 마지막 촬영까지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었습니다. ‘왜 하필 저였습니까?’

Q.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범죄 피해자 가족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로 촬영 현장에서는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분위기는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다만 살인 현장을 촬영하는 장면이나 범죄자와의 면담, 피해자를 대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현장 분위기도 숙연해져서 우리 스스로가 그 아픔을 공감하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Q. 진선규, 김소진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두 사람은 어떤 배우라 생각하나?

▶진선규 배우, 김소진 배우 둘 다 너무나 훌륭하고 좋은 배우들이라 두말할 것도 없이 연기 호흡과 다른 모든 것도 전부 좋았습니다. 이번에 같이 연기하면서 느낀 특별한 것은 이 두 배우 모두 사람과 상황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고, 자신보다는 촬영 현장과 상대 배우에 대해 먼저 생각해 주고 협력할 수 있는 동료라는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좋은 배우들이라,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과 배우들의 성향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권일용 교수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셨을 것 같다. 직접 들은 이야기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

▶권일용 교수님과 프로파일러 후배분들이 함께 저녁 식사하시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후배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오직 피해자와 그 가족만 생각해라.’

Q.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면 좋을까?

▶실제 사건들을 드라마에서 어떤 시선으로 풀어냈는지,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 드라마에서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 악의 마음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배우들의 시선을 따라 드라마를 보면, 결국에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됐을 겁니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해볼 수 있는 좋은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Q. 배우 김남길에게 있어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00000(이)다.라고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공동체 회복이다.

Q. 함께 동고동락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늘 현장에서 각자의 몫을 다하기 위해 장인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준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특히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시대의 지나간 아픔들이 잊히지 않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 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Q. 지금 이 순간에도 범죄 예방과 근절을 위해 고생하고 계신 경찰분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늘 애써주시는 경찰 여러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하나의 일상에서 나아가 가족이, 이 사회가 덕분에 안정을 유지하고 번영을 희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원해 선배님 대사처럼 ‘경찰도 사람이다.’ 이 말을 기억하시어 여러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우선으로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Q. 드라마를 사랑해 주고 관심 가져주신 시청자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그동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송하영’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상상도 안 했는데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저희를 잊지 마시고 오래오래 두고두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하영이’를 기억해 주시면 행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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