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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플래닛' PD "한중일 99명, 편갈라 싸우면 어쩌나 걱정했죠"[인터뷰]①

김현식 기자I 2021.11.20 11:10:00

Mnet '걸스플래닛' 김신영 PD 인터뷰

김신영 PD(사진=Mnet)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새로운 도전을 잘 끝마친 것 같아 뿌듯하다.”

지난달 종영한 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을 연출한 김신영 PD에게 프로그램 종영 소감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걸스플래닛’은 한중일 3개국에서 모인 99명의 참가자가 프로젝트 걸그룹 멤버로 선발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과정을 그렸다. Mnet이 ‘프로듀스101’ 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공개 아이돌 오디션이라 국내외 K팝 팬들의 관심이 컸다.

최근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김 PD는 “‘걸스플래닛’은 프로그램 실 제작 규모로 따졌을 때 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규모가 가장 큰 프로그램이었다”며 “공을 많이 들인 프로그램이 국내외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걸스플래닛’에는 한중일 참가자가 33명씩 출연했다. 해외 참가자가 66명이나 됐던 셈이다. 김 PD는 “해외 참가자 비중이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보니 항공료나 보험료 등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했다. ‘프로듀스101’과 달리 해외 참가자들이 모두 경기 용인에 있는 숙소에서 합숙을 했고, 4개월 동안 합숙비용과 식사를 모두 제공해줬던 만큼 실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프로그램이었다”고 설명했다.

기획 시작부터 프로그램 종영까지 약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김 PD는 “지리적으론 가깝지만 언어, 문화 정서가 다른 3개 지역의 참가자들이 같은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고자 했다”며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도, 연출자로서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돌아봤다.

김 PD는 K그룹(한국), C그룹(중국), J그룹(일본)으로 나뉜 참가자들이 경연에 임하는 태도나 방식이 나라마다 확실히 다른 점이 보였다고도 했다. 김 PD는 “J그룹 참가자들은 굉장히 질서정연했고 룰과 협업을 중시하는 게 눈에 띄었다”며 “파트 배분을 할 땐 주요 파트라고 무조건 도전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자신이 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만 손을 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C그룹 참가자들에 대해선 “자신감이 굉장히 넘쳤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두려움이 없었다”며 “일단 무조건 도전해보려는 자세가 돋보였다”고 했다. 이어 “대규모 인원이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하던 일들을 제쳐 두고 가족을 떠나 타지로 온 것인 만큼 열정과 각오가 남달랐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K그룹 참가자들은 J그룹과 C그룹 참가자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줬다고 회상했다. 김 PD는 “사전 오디션을 진행할 때 해외 참가자들에게 K팝 노래로만 경연을 할 거고, 최대한 한국말을 써야 한다고 얘기했던 프로그램이었다”며 “눈치가 빠른 K그룹 친구들이 중간에서 중재를 잘해준 덕분에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제작진은 정기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참가자들의 멘탈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 PD는 “1~2주에 한 번씩 정기 상담을 진행했고 화상 연결 방식으로도 수시도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다수의 참가자가 제작진과 공유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곤 말할 순 없지만 그 덕분인지 ‘걸스플래닛’은 타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리 중도 이탈자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김 PD는 “어느 한 그룹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평한 진행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며 “아이스크림 같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한 그룹만 먹거나 못 먹는 참가자가 나오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실 참가자들이 국가별로 편을 갈라 싸우기만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생각보다 빨리 친해지더라”며 “물론 초반엔 언어가 통하지 않음으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소됐다. 똑같은 꿈을 가진 이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속마음을 열고 빠르게 친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시청자 투표 시스템 또한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이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순위 조작 파문으로 오명을 쓴 채 퇴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걸스플래닛’ 투표는 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 처음으로 외부 팬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통해 진행됐다. 종영 때까지 투표와 관련한 좋지 않은 이슈는 없었다. 김 PD는 “걱정과 부담이 많았던 만큼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고, 결과적으로 큰 논란이 없이 잘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프로듀스101’ 조작 파문 이후)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생각이고, Mnet 프로그램이 신뢰도를 확보하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고도 생각한다”고 뿌듯해했다.

‘걸스플래닛’파이널 생방송 누적 시청자 수는 유튜브, 아베마TV, IQYI 등 각종 플랫폼 합산 2700만건이 넘었다. 유튜브와 틱톡에서 관련 영상의 조회수는 각각 4억6000만뷰와 29억뷰를 돌파했다.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데뷔도 하기 전 벌써 100만을 돌파했다.

주목할 만한 성과들에 대해 묻자 김 PD는 공을 참가자 99명에게 돌렸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국에 타지에 와서 불평불만 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넘치는 열정을 보여주며 최선을 다해준 해외 참가자들에게 특히 고맙다”고 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서로 사이좋게 지내며 이해해주면서 성실하게 임하라는 ‘꼰대’ 같은 말도 많이 했는데…”라고 웃으며 “하나하나 잘 귀담아 듣고 따라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김 PD는 “참가자들이 경연 무대에서 퍼포먼스로 보여줄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존경심도 들었다. 케플러로 데뷔하는 참가자들뿐 아니라 다른 길로 향하게 된 참가자들 모두 잘 됐으면 한다”면서 “‘걸스플래닛’을 시청해주신 국내외 많은 분들이 99명의 참가자들을 잊지 않고 오래오래 응원해주셨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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