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굿모닝이데일리]'대세' 하정우가 사는 법

최은영 기자I 2013.10.16 08:21:48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으로서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인 하정우(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배우이자 화가고 작가이자 감독이다. 긴 수식어를 줄여 그냥 ‘대세’라 말한다. 처음에는 배우 김용건의 아들로 불렸다. 지금은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어 그의 아버지로 김용건이 소개된다. 모두가 인정하는 ‘하대세’ 하정우(35·본명 김성훈) 이야기다. 그는 거침이 없다. 끊임없이 ‘일’을 벌인다. 그것도 늘 ‘하정우답게’ 독보적인 길을 간다.

감독 하정우의 첫 영화 ‘롤러코스터’는 ‘하정우의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다. 시작부터 대놓고 웃긴다. 거듭 착륙에 실패하는 비행기 안. 주인공은 한류스타 마준규로, 출세작 제목이 ‘육두문자맨’이다. 온몸에 문신을 한 채 기내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기장에 유니폼을 말끔히 차려입고 감자를 먹는 승무원들, 경쟁사 비행기에 탄 항공사 회장에 유명 걸그룹의 노래를 읊어대는 스님까지. 이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1시간 30분 남짓 마치 배틀을 하듯 속사포처럼 대사를 쏟아낸다. 소재에 설정까지. 신선하고 기발하다. 또 생동감이 넘친다. 그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인간 하정우’를 발견하곤 두 번 웃는다.

그는 천성이 밝고 유쾌하다. 활력이 넘친다. 톱스타지만 가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 어디서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항상 물음표를 달고 산다. 지난해 초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개봉을 앞두고 하정우와 인터뷰를 했을 때였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노트를 꺼내 펼치더니 질문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방법을 바꾸면 느낌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단다.

하정우는 또 부지런하다. ‘범죄와의 전쟁’ 개봉 당시 ‘러브픽션’까지 영화 두 편을 잇달아 선보였던 그는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577 프로젝트’를 거쳐 올 초 ‘베를린’, 여름 ‘더 테러 라이브’, 가을 각본·연출을 맡은 ‘롤러코스터’까지 쉼 없이 달렸다. ‘롤러코스터’ 홍보로 바쁜 요즘도 그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를 찍고 있다. 여기에 두 번째 영화 연출작 준비까지 병행하고 있다. 차기작에선 중국 유명작가 위화(余華)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영화화한다. 이 작품에선 감독에 배우로도 참여한다.

하정우의 가장 큰 힘은 인간성이다. 그는 의리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다. ‘롤러코스터’에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김기천·김병옥 등 중견 연기자를 제외한 한성천·최규환·김성균·김재화 등 젊은 배우 대부분이 중앙대 연극학과 출신이다. 이 가운데는 하정우가 이끌어 그와 한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도 상당하다. 영화 ‘577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인, 시상식에서 뱉은 공약 한마디에 장장 577㎞를 걷고 또 걸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에 대한 신뢰는 이런 가운데 쌓였다. 그는 배우이자 그림 애호가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연기·그림과 친해졌다. 첫 번째 연출작으로 코미디를 택한 것 역시 그로 하여금 배우·감독의 꿈을 갖게 한 찰리 채플린의 영향을 받아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그 어떤 것도 헛되이 헤프게 쓰는 법이 없다. 시간이든 돈이든 사람이든. 젊음과 열정을 무기로 그는 지금도 앞으로 나아간다.

▶ 관련기사 ◀
☞ [18th BIFF]'롤코' 이지훈, 하정우의 은밀한 취미 폭로
☞ [18th BIFF]하정우+정경호 인기 살아있네!..올해 부산영화제 최고의 스타
☞ [18th BIFF]든든한 '선후배 감독'..박중훈과 하정우가 있어 좋다
☞ [18th BIFF]'롤코' 하정우 감독, "찰리 채플린 코미디 연출 초석"
☞ [18th BIFF]'롤러코스터' 연출한 하정우, "류승범 실화로 만들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