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11(차범근), 7(김재박), 61(박찬호)….
등번호(백넘버, Player Number)는 팬들에게는 선수와 동일시된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등번호는 결번으로 정해 영원히 기리기도 한다. 최근 프로배구 현대캐피탈로 옮긴 최태웅(35)은 12년 만에 유니폼을 갈아입었어도 등번호 ‘6’은 그대로였다. 팀을 옮겨도 애착을 보이는 등번호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에이스 1번·불행이 교차하는 74번 = 19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등번호를 달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숫자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타순이나 포지션을 의미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번호에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투수 포지션인 1번을 달았다면 대부분 에이스를 의미한다.
SK 이만수 코치(22번)처럼 포수들은 포지션(2)에 맞춰 2번이 들어가는 번호를 선호한다. 좌완 투수(톰 글래빈, 이상훈, 권혁)는 47번, 정통파 우완투수는 18번을 많이 단다. 과거 김진우는 KIA에서 18번을 붙였다가 대선배 선동열(삼성 감독)의 번호를 함부로 달 수 없다며 떼기도 했다.
거포들은 배리 본즈, 짐 토미가 달았던 25번을 선호한다. 이승엽도 대표팀과 요미우리에서 25번을 선점하고 있다.
한화 류현진(99번)의 등번호는 ‘99년 우승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정민철(55번)은 ‘155㎞를 던지겠다’는 결기가 깔려 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행운(7)과 불운(4)’이 결합된 74번, SK 김성근 감독은 ‘3·8 광땡’을 뜻하는 38번을 쓴다. 북한이 고향인 고 김동엽 감독은 38선을 넘었다고 해서 38번을 달았다.
◇12번은 서포터스 몫 = 초창기 축구에서 등번호 1번은 골키퍼, 2~5번은 수비수, 6~8번은 미드필더, 9~11은 공격수였다. 12번 이후에는 교체선수에 배정했다가 70년대에 들어서는 포지션을 탈피했다.
월드컵에서는 엔트리(23명)가 1~23번을 달도록 규정했지만 1번만은 골키퍼여야 한다. 지난해 김병지(경남)가 500경기 출전을 기념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500번을 단 것을 제외하고 한국에서는 1~99번까지 달 수 있다. 다만 12번은 팀의 서포터스를 의미한다고 해서 많은 팀에서 쓰지 않는다.
축구황제 펠레의 10번은 웨인 루니(잉글랜드),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카카(브라질), 박주영(AS모나코) 등 각국 간판 골잡이들의 번호가 됐다. 루니는 대표팀에서 10번을 받고 “위대한 선수들은 10번을 달고 전설적인 선수가 됐다”고 기뻐했다.
9번도 이과인(아르헨티나), 파비아누(브라질) 등 공격수들이 애착을 갖는다. 97년 인테르 밀란에서 9번을 달았던 이반 사모라노는 호나우두에게 등번호를 빼앗기자 ‘1+8’번을 달고 뛸 정도였다.
100m를 11초에 돌파한다는 의미의 11번은 가장 빠른 선수의 대명사. 차범근을 비롯해 ‘날쌘돌이’ 서정원, 라이언 긱스(웨일스), 아르연 로번(네덜란드)이 11번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