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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영화'로, 비대면으로…코로나 위기 속 자구책 찾기

박미애 기자I 2020.03.11 07:44:13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2월 극장 관객 전년 동기 대비 67%감소, 매출 1277억원 증발’(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영화계가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이 급감하면서 극심한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이 대신 잇몸’이라고 신작의 증발에 극장은 명작 재개봉으로 대체하는가 하면 일부는 신작 홍보를 위한 시사를 극장 대신 온라인에서 하는 등 영화계는 산업 침체 속에 활로 찾기에 분주하다.

◇ 인생영화, 반값으로~

재개봉 영화가 텅 빈 극장을 채우고 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멀티플렉스 3사는 3월 첫째 주부터 일제히 기획전에 돌입했다. CGV는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 롯데시네마 ‘힐링무비 상영전’, 메가박스 ‘명작리플레이 기획전’이란 타이틀로 멀티플렉스 3사는 일반 영화의 반값에 준하는 5000원에 상업적·작품적 성취를 거둔 명작을 상영하고 있다. 지난 5일 CGV는 ‘비긴 어게인’ ‘어바웃 타임’ ‘싱 스트리트’ 등 음악 및 로맨스 장르 위주의 작품을, 롯데시네마는 ‘리틀 포레스트’ ‘원더’ ‘그린 북’ 등 주인공의 감동적인 성장담을 담은 영화들을, 메가박스는 ‘로마’ ‘더 킹:헨리 5세’ ‘아이리시 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원스 어폰 어 타임 인…할리우드’ 등 호평받은 넷플릭스 영화들을 선보였다.

로맨스 영화인 ‘어바웃 타임’은 2013년 개봉해 340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작품으로, 이번 재개봉으로 4일 만에 1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할인가에 상영되고 있지만 재개봉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1만명임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다. 관객의 실 관람 파악에 참고하는 좌석판매율의 경우에도 ‘어바웃 타임’은 8일 기준으로 8.5%를 기록하며 ‘인비저블맨’(7.6%), ‘1917’(7.1%),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5.7%) 등 신작들을 앞섰다. 특히 지난달 26일 재개봉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12.1%의 좌석판매율을 기록했다. 재개봉 이후 5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코로나19 사태에도 인기를 과시했다.

멀티플렉스 A사 관계자는 “2~3월 두 달간 당사 극장 기준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가 연기한 영화들이 20편에 이르는데 배급업체 기준으로 따진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신작이 사라진 상황에서 지난 주말 10만명대의 관객 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재개봉 영화들의 선전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플렉스 3사는 3월 둘째 주에 ‘스타이즈 본’ ‘말할 수 없는 비밀’ ‘살인의 추억’(CGV)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어거스트 러쉬’(롯데시네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포트라이트’ ‘그녀’ 등으로 재개봉작 상영을 이어간다.

예술영화 전용관인 아트나인에서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이자 배우인 그레타 거윅의 ‘프란시스 하’ ‘작은 아씨들’ ‘우리의 20세기’ 등 연출 및 주연작 5편을 선보이며,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는 개봉 1주년을 맞은 ‘칠곡 가시나들’ ‘내가 사는 세상’ ‘히치하이크’ ‘선희와 슬기’ 가운데 보고 싶은 작품을 관객의 투표로 선정해 상영한다.

◇코로나 게섯거라, 정면돌파

코로나19 사태에 정면돌파 하는 영화들도 있다. 지난달 ‘클로젯’ ‘정직한 후보’ ‘기도하는 남자’ ‘기억의 전쟁’ ‘하트’가 변경 없이 예정대로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라미란이 원톱으로 주연한 ‘정직한 후보’는 8일까지 누적관객 147만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 150만명까지 3만명만 남겨놨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 급감에 신작들이 줄줄이 좌초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영화다.

이달에는 5일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비롯해 ‘악몽’ ‘용길이네 곱창집’ 등이 개봉한다. 신작들은 관객 감소뿐 아니라 국가적 재난에 이벤트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홍보 활동마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사회가 거의 유일한 홍보 수단인데, 감염을 우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며 시사회 일정도 무더기로 취소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오지호 주연의 ‘악몽’은 지난 5일 예정됐던 언론배급 시사회를 취소하고 온라인 시사로 대체했다. 영화사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비대면 홍보 루트를 늘리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이를 계기로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에는 홍보 방식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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