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올스타전에 앞서 열리는 장타자들의 ‘홈런 더비’는 팬들에겐 호쾌한 홈런 타구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재미있는 이벤트다. 그러나 타자들의 지나친 ‘홈런 욕심’은 자칫 후반기 성적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 ‘홈런 더비의 저주’다.
메이저리그 텍사스의 강타자 조시 해밀턴은 올시즌 올스타전에 앞서 홈런 더비 참가를 공식 거부했다. 2008년의 악몽 때문이었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리그 최고 타자 반열에 올라선 해밀턴은 2008년 전반기 동안 홈런 21개를 치는 등 ‘감동 스토리’를 써가며 승승장구 하던 중이었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 1라운드에서는 무려 28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비록 우승은 저스틴 모노(미네소타)에게 내줬지만 해밀턴은 완벽한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해밀턴은 후반기 홈런 11개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홈런 더비 때 장타를 때리기 위해 잠시 스윙을 바꾼 게 후반기 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치기 쉬운 공을 외야 타구로 날리는 스윙은 실전 경기에서 빠른 공을 상대로 하는 스윙과 다르다. 자칫 스윙의 마무리 동작에서 공을 띄우기 위한 동작이 추가될 수 있고, 이는 실전에서 정확도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5시즌 전반기에 홈런 18개를 때리고 홈런 더비에 참가했던 바비 어브레유는 홈런 더비 우승까지 차지했지만 후반기엔 홈런을 단 1개도 추가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어브레유는 쉽게 방망이를 내지 않으며 끈질기기로 유명한 타자였다.
LG 박용택(아래)도 2004년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우승한 뒤 타격폼이 무너진 케이스. 박용택은 전반기에 홈런 15개를 때렸지만 후반기에 홈런 1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