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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 "씻고 싶었던 때 벗겨내 후련하고 감사"

조선일보 기자I 2008.07.15 09:32:37
[조선일보 제공] 14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무대에 윤석화씨가 올랐다. 창작 뮤지컬 《사춘기》(8월 15일부터 정미소에서 공연) 제작발표회 자리에 기획자 겸 예술감독으로 나타난 것이다. 학력위조 파문으로 지난해 8월 16일 새벽 기자들을 만나고 곧장 홍콩으로 출국한 뒤 공식석상에 나오기는 거의 1년 만이다. 옅은 청록색 원피스 차림으로 나온 그는 "오랜 숙제를 푼 홀가분한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지울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자유로워질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이 그때인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적 없는 고졸 학력을)고백한 그 순간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래도 사람이라, 돌 맞으면 아프고, 그 상처를 치료할 시간이 필요했다."

―1년 만에 돌아온 심경은.

"한없이 낮아졌다. 배우는 무대에서 관객의 환호를 받을 때 가장 기쁘다. 1983년 《신의 아그네스》로 내게 연극배우 최초로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강박관념일 수도 있지만 그 인기가 두려웠다. 이제 그런 공포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무대에서는 언제 볼 수 있나?

"내 스스로 정한 안식년에 덤으로 1년을 더 쉰 셈이다. 장담하는데 '곧' 배우로 돌아온다. 홍콩까지 대본을 들고 온 친구도 있었다. 1975년 데뷔작 《꿀맛》을 할 때와는 다르게 아주 신중히 작품을 고르고 있다. 지난 1년간의 '행간'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연기를 오래 쉬었는데 금단(禁斷) 현상은 없나?

"정말 소중한 것을 위해서는 잘 기다리는 편이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 뒤도 옆도 안 돌아보고 돌진한다. '관객이라는 친구들'이 그리워, 사무치게 그리워 울던 밤도 있었다(이 말을 할 때 눈시울이 붉어졌다). 연기는 못해도 대신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지냈나.

"두 아이의 엄마와 아내로서의 자리에 충실했다. 교회에 가고 시장에 가고 친구를 만났다. 아이 데리고 수영장, 책방에도 다녔다. 공연장 객석에 앉을 땐 아낌없이 박수를 쳐줬다."

―지난해 학력 파문을 겪은 분들은 대부분 재기했다.

"각자 입장이 다를 것이다. 누구는 '고백이 아니라 자수'라고도 했는데, 난 덤으로 휘말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건으로 오래된 숙제를 풀게 됐고, 씻고 싶었던 때를 벗겨냈다는 점에서 참 감사한다. 때를 놓치고 용기가 없어 못한 것을 해결했으니 고맙다."

―뮤지컬 《사춘기》를 기획하며 각오가 있다면.

"후배들을 위해 씨 뿌릴 밭을 만들어주고 싶다. 나는 이제 지는 태양이고, 《사춘기》의 배우들이 태양으로 떠오르고 별이 돼 관객을 감동시켰으면 한다. 그렇게 손 잡아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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