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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데뷔작으로 오스카 작품상 후보…셀린 송 "이건 미쳤다"[종합]

김보영 기자I 2024.01.24 08:32:13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 후보…'바벤하이머'와 경쟁
셀린 송 "내 비전 지지해준 이들 감사해" 소감 전해
국내 3월 개봉…유태오, 英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
한국계·한국인 작품 아카데미 후보, 이번이 세번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볼룸에서 열린 ‘거버너스 어워즈’(Governors Awards)에 도착하고 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아카데미 거버너스 어워즈는 ‘명예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공로상 행사다. (사진=AP/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이 입봉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로 단숨에 영화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최종 후보로 지명됐다.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세계 영화제, 시상식의 러브콜을 받아온 ‘패스트 라이브즈’가 마침내 오스카에서 뜻깊은 성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 따르면,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은 작품상 및 각본상 후보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이렇게 엄청난 인정을 해준 아카데미에 감사하다. 믿을 수 없는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 첫 번째 영화로... 이건 미쳤다”라는 등 비속어를 섞어가며 격하고 벅찬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날 제96회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셀린 송 감독은 이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했다. 한국계 또는 한국인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시작으로 2021년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셀린 송 감독은 “데뷔작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이 분야에 속한 게 맞는지, 사람들이 내 비전을 지지해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놓으며 “이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일이 두렵기도 하고 보람찬 일이기도 했다. 내 비전을 지지해준 이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제 의식을 관통하는 ‘인연’이란 개념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우리 영화엔 ‘인연’이란 동양적 개념이 나온다. 이는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기적적으로 연결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 영화 제작팀 전체가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들며 이것을 깊게 느꼈다”고도 회상했다.

미국 연예매체 데드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첫 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그저 정말 놀랍다. 대단한 영광이고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영화의 일부가 되어준 모든 사람들과 이 영화에 대해 나와 이야기를 나눠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셀린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나기 전까지 단편 영화 한 편조차 연출한 경험이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그 전까지) 콜시트(영화 촬영 일정표)를 보는 법도 몰랐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국내에서 3월 개봉을 확정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국내 기업 CJ ENM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오스카 작품상을 배출한 미국의 웰메이드 제작사 A24와 공동 투자, 배급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여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촬영됐고,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된 이후 뜨거운 극찬을 받으며 그해 2월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지난 7일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이밖에 미국 독립영화, 드라마 시상식인 고섬어워즈에서 작품상을 수상했고, 전미비평가협회에서도 작품상을 따내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을 맡았다. 유태오는 이 작품으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황. 영국 아카데미상에선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외국어영화상, 오리지널 각본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지명돼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영화 속 여주인공 ‘나영’(그레타 리 분)처럼 실제로 12세에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셀린 송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조명받는 과정에서 셀린 송 감독이 9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끈 ‘넘버3’(1997)의 감독 송능한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셀린 송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모든 평범한 사람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완전히 특별한 순간’의 현실을 그려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우릴 이끈 건 관객과 연결되는 방법이었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내게 그것을 들려주게 만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트로피를 놓고 ‘오펜하이머’, ‘바비’, ‘아메리칸 픽션’, ‘추락의 해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바튼 아카데미’, ‘플라워 킬링 문’, ‘가여운 것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 9편과 경쟁을 펼친다.

각본상 부문에서는 ‘추락의 해부’, ‘바튼 아카데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메이 디셈버’ 등 4편과 수상을 겨룬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공동 제작자인 데이비드 이노호사, 파멀라 코플러, 크리스틴 배콘은 아카데미 주최 측에 “셀린 송의 대담하고 독창적인 첫 영화인 ‘패스트 라이브즈’를 아카데미가 알아봐줘서 매우 영광”이라며 “이번 지명은 우리의 고향인 뉴욕과 서울에 있는 많은 예술가들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1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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