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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배우` 써야 히트하나…`천만배우` 뺨치는 新감독 넷

박미애 기자I 2017.11.10 06:00:00

올해 한국영화 톱 10 중 신인감독 작품 4개
김성훈 '공조' 강윤성 '범죄도시' 등
탄탄한 연출력에 입소문 타고 흥행
'미옥' 이안규 감독 선전도 기대감

김성훈 감독·강윤성 감독·김주환 감독·나현 감독(사진=시계방향,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신인감독들의 반란이다.

올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네 작품이 신인감독의 영화였다. 김성훈 감독의 ‘공조’(781만명, 1월18일 개봉) 2위,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647만명, 10월3일 개봉) 4위,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565만명, 8월9일 개봉) 5위, 나현 감독의 ‘프리즌’(293만명, 3월23일 개봉)이 9위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1월8일 기준). 강윤성 감독, 김주환 감독, 나현 감독은 첫 상업영화로 흥행까지 거둔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여성 원톱 누아르로 주목받고 있는 9일 개봉한 ‘미옥’도 이안규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김성훈 감독은 ‘공조’가 두 번째 영화다. 첫 영화인 2013년 개봉작 ‘마이 리틀 히어로’는 18만명에 그쳤다. ‘공조’는 현진과 유해진을 두 톱으로 내세워 액션과 유머, 대중 친화적인 코드로 흥행에 성공했다. ‘공조’의 성공에 힘을 받은 김성훈 감독은 내년 조선판 좀비물 ‘창궐’로 현빈과 또 한번 작업이 한창이다. 강윤성 감독은 연출자 데뷔를 꿈꾼지 17년 만에 빛을 봤다. 몇 작품을 준비했지만 이름없는 신인감독의 신세가 그렇듯 투자 문제로 무산됐다. 촬영 직전에 엎어진 작품만 2편이다. 그는 “‘범죄도시’까지 투자를 받지 못하면 감독의 꿈을 접고 장사를 하려고 했다”며 ‘범죄도시’의 성공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김주환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2 때 미국에 유학을 가 대학에서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 군 복무 중에 진로를 결정한 그는 첫 직장으로 투자배급사 쇼박스에 취직. 그곳에서 6년간 홍보팀·투자팀 등을 거치면서 영화 제작 시스템을 몸에 익혀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단편을 만들었다. 2010년 ‘굿바이 마이 스마일’이 그의 데뷔작이고, 박서준을 ‘청년경찰’로 이끈 2013년 ‘코알라’와 지난해 칸영화제 단편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안내견’이 그가 만든 단편이다. 나현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업계에 이름이 나 있었다. 2007년 ‘화려한 휴가’ 2008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글 잘 쓰는 그도 연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무산되는 아픔이 겪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한석규와 ‘프리즌’을 작업할 수 있었다.

‘공조’ ‘범죄도시’ ‘청년경찰’은 ‘프리즌’은 개봉 당시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슬리퍼 히트 무비’였다. ‘공조’는 ‘더 킹’에, ‘범죄도시’는 ‘남한산성’과 ‘킹스맨:골든 서클’, ‘청년경찰’은 ‘택시운전사’ 등으로 블록버스터와 경쟁에서 화제성이 떨어졌던 영화다. 개봉 이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역주행의 신화를 일궈냈다. 몸값 비싼 배우를 쓰지도 않았다. 소위 말하는 천만배우는 없을뿐더러 ‘범죄도시’이나 ‘청년경찰’는 다른 영화에서 조연을 한 배우들을 주연으로 기용하고, 젊은 배우들을 섭외했다. 서상욱 웰메이드예당 대표는 “신인감독이어서 과감하게 캐스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얼굴, 새로운 캐릭터는 보는 즐거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겁고 우울한 내용의 현실 비판 영화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 탄핵 정국이 끝난 이후 코믹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공조’ ‘범죄도시’ ‘청년경찰’ 같은 코믹 요소가 강한 범죄 영화들이 인기를 얻었다. 기존의 흥행 코드에 벗어난 작법과 접근이 흥행을 가져다 준 결과다.

이들의 활약은 새 피가 수혈되지 않은 영화계가 환영할 일이지만 한편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를 뒤따르는 영화들이 양산되며 특정 장르에 치우쳐 있어서다.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임에 틀림없지만 킬링타임 영화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찾는다면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혹자들 중에는 수익성, 흥행성을 중시하는 풍토가 점점 더 부리기 용이한 신인감독을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의 한 영화 관계자는 “다양성 및 예술영화에 대한 투자못지 않게 상업영화의 성공도 중요하다”며 “하지만 기성, 신인 할 것 없이 모든 창작자들이 특정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건 건강한 영화 생태계를 위해 다같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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