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같은 교양, 교양 같은 예능
종합편성채널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교양프로그램임에도 지난 5일 첫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3.4%(전국 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12일 방송한 2회에서 4%를 돌파하며 상승세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홍진경, 오상진, 딘딘, 지숙, 샘 오취리 등은 연예인이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지식을 나누는 콘셉트인데 민주주의의 의미를 비롯해 국가의 의미, 진보와 보수의 차이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양적인 요소를 접목한 예능프로그램도 인기다. 시즌1이 끝난 같은 방송사의 ‘말하는 대로’는 ‘마녀사냥’의 정효민 JTBC PD가 만들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가 다수 출연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대권 주자도 얼굴을 비췄다. 지난해 10월 방송을 시작한 JTBC ‘한끼줍쇼’는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접하는 내레이션을 접목했다. 연예인의 신변잡기보다는 시민의 밥상에 초점을 맞춘 것도 눈에 띈다.
예능과 교양의 경계가 무너진 것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드라마와 교양 등이 만난 새로운 프로그램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KBS는 예능국 PD들이 만든 드라마 ‘프로듀사’의 성공을 밑바탕으로 새로운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 ‘1박2일’을 연출했던 유호진 PD가 만든다. tvN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하고 있는 신원호 PD 역시 KBS 재직 당시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을 제작했다.
‘차이나는 클라스’를 기획한 신예리 JTBC 보도제작국장은 “하이브리드 시대에 프로그램의 장르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예능이 시청자에 재미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시사교양은 재미를 수단으로 한다. 어떤 장르의 프로그램이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로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장르가 뒤섞인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쇼양’의 등장으로 순수 교양 프로그램이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채널 시대에 방송사 간의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 제작을 기피하는 현상이다. KBS는 지난해 TV본부 산하였던 교양문화국, 기획제작국을 예능국과 더불어 합친 후 제작본부 산하 9개의 ‘TV 프로덕션 담당 그룹’으로 나누었다. 자체 경쟁을 통해 방송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덜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불리해 예능 요소를 접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KBS의 한 PD는 “생존을 위한 시사교양프로그램의 변화 중 하나가 ‘쇼양’”이라며 “재미만 추구하다 보면 시사프로그램의 공영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