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한국과 북한이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2연승해 8강에 진출했다. 보름 전 끝난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은 15위, 북한은 꼴찌(32위)였다. 남자 축구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 여자축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FIFA 여자 랭킹 1~3위는 미국, 독일, 브라질이다. 미국은 등록선수가 9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넓다. 독일과 브라질은 남자축구도 잘 하니 수긍할 만하다.
놀랄 일은 5위부터다. 남자 랭킹이 32위에 불과한 일본은 5위, 100위권 밖인 북한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10위에 자리해 10위 안에 동아시아 3개국이 포진했다. 유럽과 남미가 상위권을 양분한 남자 순위와는 판이하다. 한국도 21위로 남자(44위)에 비해 높은 순위다.
아시아 여자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애초부터 축구 선진국과의 격차가 작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남미에서는 남자 중심으로 축구가 발전해 여자축구는 무관심 영역이었다. 월드컵(남자)이 처음 개최된 해는 1930년이지만 여자월드컵은 60년이 지난 뒤에야 열리기 시작했다. 세계가 여자축구에 주목한 것이 20년 남짓이어서 후발국들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스위스, 가나에 비해 기술면에서 우월하거나 대등했다. 신체적 능력 차이 또한 크지 않다. 윤종석 SBS 해설위원은 “여자는 남자와 달리 아시아 선수라고 해서 신체적으로 열세이지 않다. 특히 축구나 핸드볼, 농구 등 구기종목에서 뚜렷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99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선구자 역할을 했고, 북한도 국가적으로 여자축구를 지원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반면 한국은 2001년 여자축구연맹이 탄생할 정도로 출발이 늦었다. 한국은 90년대 하키, 육상 등에서 차출한 선수들로 A매치에 나가 일본에 0-8, 0-10으로 참패하곤 했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 후 대한축구협회가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워 초등학생부터 선수를 육성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지소연(한양여대) 등 현 20세 이하 대표팀이 그때 축구를 시작한 세대다. 남자축구 시스템을 본떠 13세·15세·17세 등 각급 대표팀을 만들어 전임 지도자를 두고 엘리트를 키웠다. 최근 한국의 상승세는 남자축구로부터 앞선 시스템과 지도자를 지원받은 덕분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전망은 매우 밝다. 17세 이하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아시아여자선수권에서 일본과 북한을 연파하고 우승했다. 비록 2011 독일 여자월드컵 진출엔 실패했지만, 20세 및 17세 이하 대표팀 선수가 주축이 될 2015 여자월드컵에서의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윤 위원은 “한국이 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그 첫 테이프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 대표팀이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