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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성남에 승부차기승… 7년만에 FA컵 안았다

조선일보 기자I 2009.11.09 08:04:05
[조선일보 제공] 성남일화 천마 축구단과 수원삼성 블루윙스는 수도권 라이벌이다. 성남은 이름 그대로 날개 달린 천마가 상징이다. 수원삼성은 상상의 날짐승 아길레온이 팀 상징인데, 성적이 나쁠 때는 블루윙스를 '닭날개'라고 조롱하는 일도 있다. 8일 오후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FA(축구협회)컵 결승전 성남과 수원의 대결에 대해 축구팬들은 일찌감치 '마계대전(馬鷄大戰)'이라고 부르며 관심을 표해 왔다.

말의 팀 성남이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27분 라돈지치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성남은 후반 들어 강력한 잠그기로 승리를 지키려 했다. 후반 40분까지 말팀과 새팀의 싸움에서 가장 돋보인 존재는 뜻밖에도 말팀의 '캥거루'였다. K리그에 3명 뿐인 호주 '사커루' 출신 수비수인 성남의 사샤는 그때까지 골이나 다름없는 수원의 슛 2개를 몸으로 막아내는 흔치 않은 장면을 연출해 팬들의 탄성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전반 33분에는 수원 에두가 골키퍼를 제치고 날린 슈팅을 슬라이딩으로 걷어냈고, 후반 15분엔 텅빈 골문을 향해 날아오던 곽희주의 슈팅을 또 몸으로 튕겨냈다.

지독히 골운이 없던 수원은 결국 후반 41분 티아고가 PK를 얻어내고, 이를 에두가 성공시키며 가까스로 승부를 연장으로 넘겼다. 연장에서 양팀은 추가골을 뽑지 못했고, 승부는 1―1상황에서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말과 새와 캥거루에 이어 거미가 주목받을 차례였다. 수원의 '거미손' 골키퍼 이운재는 승부차기에서 성남 김성환과 전광진의 킥을 잇달아 막아내며 팀의 4대2 승리를 이끌어 MVP에 선정됐다. 성남의 김용대도 하나를 막아냈지만 이운재를 당하지는 못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일찌감치 탈락하는 등 어려운 한 해를 보낸 수원은 2002년 이후 7년 만에 FA컵 정상에 올라 체면을 지켰다. 수원은 상금 2억원을 받았고, 내년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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