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명색이 에이스였다. 연봉이 무려 5년간 9100만달러나 되는 투수. 하지만 툭하면 더그아웃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포수와 주먹다짐을 벌이는가 하면 중심타자와 멱살잡이를 했다. 장본인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 카를로스 삼브라노(29·사진). 어쩐지 한국 프로야구 KIA의 아퀼리노 로페즈를 닮았다. 오히려 로페즈보다 심했다. 로페즈는 남을 해코지하지는 않았다.
삼브라노는 지난달 30일 컵스의 베테랑 타자인 데릭 리와 한바탕 붙었다. 지역 라이벌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삼브라노는 1회부터 난타당했고, 4실점이나 하면서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삼브라노는 자신의 부진은 생각지도 않은 듯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타자들에게 ‘파이팅’을 요구했고, 데릭 리가 “입 다물어”라고 반응하며 사달이 났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다.
컵스 구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전력은 화려했다. 2007년에는 포수 마이클 바렛과 더그아웃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적도 있다. 2007시즌 5년간 9100만달러의 거액 계약을 삼브라노에게 안긴 컵스였지만 이번에는 남은 시즌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꺼내들었다.
‘자숙’에 들어간 삼브라노는 27일 ESPN과의 인터뷰에서 공식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브라노는 “모든 것은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기 때문”이라며 “데릭 리는 내가 절대 화를 내서는 안됐을 사람”이라고 했다.
삼브라노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음을 인정했다. 삼브라노는 “감정 제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소개해 준 구단에 너무 감사한다”고 말했다. 삼브라노는 “나는 컵스 구단은 물론 시카고라는 도시도 너무 사랑한다. 꼭 팀으로 복귀하고 싶다”며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올 시즌 3승6패, 방어율 5.66으로 부진한 삼브라노는 무기한 출전 정지 중에 마이너리그에서 2경기에 등판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ESPN은 “하지만 삼브라노가 다시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