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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④구기종목 전체 대표하는 여자 핸드볼, 기적을 꿈꾼다

이석무 기자I 2024.06.28 00:15:00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다.

단순히 그동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가 아니다. 줄줄이 예선 탈락한 단체 구기종목에서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올림픽 무대를 밟기 때문이다. 한국 구기종목 전체를 대표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고 있다.

여자 핸드볼은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종목이다. 공산권 국가의 집단 보이콧으로 대신 출전 기회를 잡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내면서 신화가 시작됐다.

안방에서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선 구기종목 역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2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여자 핸드볼은 세계 최강의 자리에 우뚝 섰다.

이후에도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등 한국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 무대에서 국민에게 오랫동안 감동과 기쁨을 선물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재탄생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최근 세 차례 올림픽에서 잇따라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유럽 선수들의 월등한 체격조건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다. 과거 힘에 의존했던 유럽 팀들은 한국의 빠르고 기술적인 핸드볼을 배우면서 더 강력한 모습을 갖췄다.

냉정하게 보면 이번 파리올림픽도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독일,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강팀들과 한 조에 묶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1승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역대 가장 낮은 22위에 그쳤다. 그에 앞서 작년 10월에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결승에서 일본에 대패해 금메달을 놓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국제대회 부진으로 큰 충격을 받은 한국은 이번 파리올림픽을 대비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했다. 2004년생 ‘막내’ 이혜원(20·부산시설공단)을 비롯해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유럽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선수들 가운데 지난 도쿄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는 4명밖에 없다. 이들 4명도 당시엔 주축이 아니었다.

주장을 맡은 신은주(31·인천광역시청) 역시 올림픽은 처음이다. 그는 “파리 올림픽은 한국 여자 핸드볼이 재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며 “가진 모든 것을 걸고 후회 없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경험은 부족할지 몰라도 패기와 피지컬 등은 더 좋아졌다”며 “잃을 게 없으니 당당하게 부딪혀보자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목표는 ‘8강 진출’이다. 6개 팀이 경쟁하는 조별리그에서 최소 2승을 챙겨야 상위 4개국이 올라가는 8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그나마 해볼 만한 1, 2차전 상대 독일과 슬로베니아를 승리 타겟으로 삼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헨리크 시그넬 대표팀 감독은 “강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올림픽이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스피드, 영리한 경기 운영 등 우리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린다면 강팀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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