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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이 지난 12일 발매한 ‘When We Disco (Duet with 선미)’는 올여름 가요계에 디스코 열풍을 불러일으킨 신곡으로 꼽히고 있다.
한 번만 들어도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디스코 리듬이 특징인 이 곡은 ‘영원한 딴따라’ 박진영이 직접 창작한 안무로 활용정점을 찍는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고 골반을 흔드는 신나는 안무부터 경쾌하고 우아한 디스코 스텝, 듀엣 파트너 선미와 커플 댄스까지 전부 중학교 시절 자신이 친구들과 추던 춤을 되짚어보며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안무는 지난 2007년 발매된 원더걸스의 ‘텔 미(Tell me)’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복고열풍의 중심에 서 있었던 ‘텔 미’는 스테이시 큐의 ‘투 오브 하트(Two of hearts)’를 샘플링 한 곡으로 박진영이 작사·작곡뿐만 아니라 안무까지 직접 만들어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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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원더걸스는 경쾌하고 중독성 강한 ‘옛날 음악’으로 10대들에게는 옛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2030세대에게는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음악팬들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으면서 ‘텔미 중독증’을 불러일으켰다.
대한민국을 디스코 열풍에 빠뜨렸던 박진영이 13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신곡 ‘When We Disco’는 지난 1970년대 말 디스코 열풍을 몰고 온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와 존 트라볼타가 출연해 우마 서먼과 커플 댄스로 인상을 남긴 ‘펄프 픽션‘을 오마주 했다.
이 노래는 유로디스코 스타일의 곡으로 박진영의 탁월한 음악성과 센스가 확연히 드러난다. 박진영은 어려서부터 1970년대 미국 모타운(Motown) 음반사의 노래를 들으며 성장했고, 그의 음악 역시 자연히 그쪽에 뿌리를 두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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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제작 과정 역시 유로디스코에 쓰였던 악기들을 사용했고, 80년대 음향 장비로 녹음을 진행해 복고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1980년대 우리나라를 강타한 디스코 열풍은 디스코텍과 디스코 머리, 디스코바지 등을 유행시켰다.
그 시절 카세트테이프와 디스코는 청춘의 상징이었다. 오랫동안 군사독재에 짓눌려왔던 한국인의 열정과 신명이 디스코를 만나 폭발적으로 분출했고, 디스코 음악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20여 년이 흘러 원더걸스의 텔미가 디스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면 2020년 레트로 바람을 타고 박진영이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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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복고 열풍 속에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가요계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복고 음악의 소비는 옛 추억을 간직한 중장년층에 국한되지 않고 젊은 층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그렇다면 관계자들은 가요계 레트로 열풍을 어떻게 볼까. 대부분의 이들은 정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복고의 연장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기존에 있던 것을 답습하지 않고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신선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복고 음악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비슷한 음악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찍어내는 데 그치기보다 시대정신, 철학을 새롭게 구현하여 차별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