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포츠 리더] 밴쿠버 동계올림픽 박성인 단장

조선일보 기자I 2010.03.10 08:30:23

준비·메모 철저… 체육인 '성공신화'


[조선일보 제공] 밴쿠버올림픽 한국대표팀 박성인(72) 단장은 체육계에서 '가장 성공한 체육인'으로 불린다. 탁구 선수 출신인 그는 현재 예산 1000억원의 삼성 스포츠단 21개 팀을 총괄하는 단장일 뿐 아니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 이어 2010년 밴쿠버올림픽 대표 단장을 맡았다. 특히 1997년부터 14년간 대한빙상연맹 회장을 지내며 '밴쿠버의 영광'을 일궈낸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박 단장이 이처럼 체육계의 CEO로 우뚝 선 배경에 대해,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박 단장의 별명이 '밤안개' 아니냐"고 했다. "좀처럼 전면에 나서거나 '척'하지 않는 겸손한 성격이면서도 막후에서 일을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지인들에게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신의 성공을 '행운'으로 돌렸지만, 그의 성공가도에는 남다른 노력과 땀이 배어 있었다.

박 단장은 평양 출신으로, 1·4 후퇴 때인 1951년 가족과 대구로 피란왔다. "능라도에서 수영하고 대동강에서 스케이트를 탔다"고 할 만큼 유복하게 자랐지만, 대구 피란 시절엔 방 한 칸에 14명이 바글거리며 겨울에도 불을 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이 그를 외유내강형으로 키웠고, 피란시절 동네 탁구장에 들락거린 경험이 탁구선수의 길을 걷게 했다. 이런 그가 인생의 전기를 맞은 것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과 만나면서부터였다. 한일은행 지도자 시절인 1972년 12월 이 전 회장이 건강을 위해 박 단장에게 일주일에 3~4차례 탁구를 배운 적이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박 단장은 1978년 창단한 삼성 탁구단의 초대 감독을 맡았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최강이던 중국 탁구를 꺾으라며 박 단장에게 3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첫째 조급하게 생각 말고 10년을 준비할 것, 둘째 (중국과) 정면 승부할 것, 셋째 사람을 잘 찾아서 맡기고 참견하지 말 것 등이었다고 한다. 정확히 10년 뒤인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탁구는 유남규(남자단식 금), 양영자-현정화(여자복식 금)가 중국의 벽을 넘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밴쿠버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박 단장이 빙상연맹 회장으로서 가동한 '10년 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다. 박 단장이 최근 "(한국이 불모지인) 눈 종목에서도 성적을 내려면 또 다른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두 번의 '10년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스포츠계에서 드물게 꼼꼼한 메모 습관과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올림픽이 끝난 뒤 이건희 전 회장이 지난 10년간의 올림픽 준비과정을 보고할 것을 지시한 적이 있었다. 박 단장은 이 전 회장이 스포츠와 관련해 10년 동안 지시한 사항과 실천내용을 올림픽 도전사 형태로 정리해 보고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이 전 회장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들의 얘기이다.

박 단장은 "10년은 그리 길지 않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사람을 믿으면 2018년 (평창) 올림픽 때는 또 다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성인 단장은

▲1938년 평양 출생 ▲대륜중-대륜고-영남대 ▲한일은행 감독(1966~78) ▲삼성 탁구단 감독(1978~92) ▲삼성 스포츠단 단장(1992~현재) ▲대한빙상연맹 회장(1997~현재) ▲2002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2010밴쿠버올림픽 한국 선수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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