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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릴레이 제안]'아마야구를 살리자3'-학부모 유승안

정철우 기자I 2008.01.03 09:51:10
▲ 지난해말 철거에 들어간 아마추어 야구의 요람, 동대문 야구장 [뉴시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유승안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위원은 MBC(현 LG)와 해태(현 KIA) 빙그레(현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며 한화 감독을 역임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안은 프로야구 감독 출신이 아닌 학부모 자격으로 한 것입니다. 그는 두 아들(원상.민상)을 모두 야구선수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중 한명은 프로에,한명은 대학에 진학했고 이들 외에도 3명의 조카가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선 돈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제 대부분 학부모들의 회비로 야구부가 운영되다보니 정말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돈 얘기는 하기 매우 조심스럽다. 힘들다 힘들다 하니까 미리 겁을 먹고 야구를 시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동안 누가 물어도 그냥 얼버무리곤 했다.

하지만 현실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보통 고등학생 한명 키우려면 1년에 1500만원 정도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이것 저것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을 더하면 200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보통 평범한 가정의 1년 수입 절반 정도는 들어가는 셈이다. '요즘 공부 시키는데도 그 정도는 들어간다'고 할지 모르지만 야구는 프로의 문이 너무 좁기 때문에 들어간 만큼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다보니 막상 시킨 뒤에라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되면 조기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인생도 그렇지만 야구도 모르는 것이다. 대기만성이란 말이 있듯이 재능은 늦게 꽃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현실에선 그 시간을 기다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정부나 지자체의 힘이 필요한데 지금 규정으론 어림 없는 얘기다. 야구가 인기 종목에 포함돼 있어 정책적 지원에선 늘 뒷전에 밀려있기 때문이다.

야구인 이전에 학부모로서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야구는 이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밀릴 위기에 놓였고 프로야구도 머지 않아 선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다. 예전처럼 인기 종목으로서 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야구를 하고 싶어하는 많은 학생들을 생각해 생각을 바꿔주길 바란다.

일본의 경우 이제 사회체육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엘리트 체육에서 사회 체육으로 전환했는데 이후 오랜 시간 올림픽에서의 성적이 떨어졌지만 이제 다시 세계무대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도 이젠 몇몇 엘리트에 대한 지원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 폭을 넓힐 때가 됐다.

프로야구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이 아니더라도 할 일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도자 부분이 그렇다. 구단마다 매년 은퇴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연수를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연수가 아니더라도 코치직을 보장 받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에게 구단의 지원을 받아 1년간 아마야구 순회코치를 맡긴다면 여러가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화의 상징이던 장종훈 코치도 은퇴 후 2군 코치를 맡고 있다. 그 정도 선수도 바로 1군에서 코치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물론 2군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지만 그런 선수들이 1년쯤 대전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코치를 한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학부모 입장에선 지도자들에게 들어갈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환영받을 일이다. 아마 지도자와 갈등을 빚을 일도 없다. 어차피 프로에 자리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평소 동경하던 선수들이 직접 자신들을 가르치고 또 연습 경기 등에선 심판을 보기도 하며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아마야구는 너무 어렵다. 그러나 생각의 폭을 넓힌다면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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