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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 모터스포트 팀 소속의 드라이버 원상연(39)은 흔히 말하는 ‘투잡러’다. 주중에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하지만 주말에는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서킷을 질주하는 레이싱 선수로 변신한다.
레이싱을 그냥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 아니다. 지난 14일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인제 마스터즈 시리즈의 ‘인제 내구’ INGT1 클래스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네 차례 라운드에서 3승을 기록, 전 클래스를 통틀어 최다 우승을 일궈냈다. 우승을 놓친 3라운드에서 차량 결함이 없었다면 전 라운드 우승도 가능했다.
원상연은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실력이 아마추어는 결코 아니다. 벌써 10년 넘게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면서 수없이 포디엄(시상대)에 올랐다. 전문 레이서로 전업하라는 제의도 많이 받았다.
원상연은 교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모터스포츠뿐만 아니라 교사라는 직업에도 애정이 크기 때문. 그는 “늘 교사 직업이 먼저라고 생각해 전문적으로 레이싱에 참여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만 경기할 수 있는 아마추어로 계속 활동해 왔다”고 말했다.
사실 원상연의 두 모습인 교사와 레이서는 서로 연결돼 있다. 바로 자동차다. 그가 재직 중인 학교는 특성화 고등학교로 자동차과, 전자과 등이 있다. 그가 가르치는 과목이 바로 자동차다.
원상연은 “자동차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직업을 갖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이싱에 관심을 가졌고 10년 전부터 원메이크 레이싱을 시작했다”며 “기량이 성숙해지고 좋은 성적을 내면서 현재 소속팀(레드콘 모터스포트팀)으로부터 차량 지원받아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상연이 현재 참가하고 있는 대회는 ‘내구레이스’다. 말 그대로 차량의 ‘내구성’을 겨룬다. 특정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가장 먼 거리를 달린 차량이 우승한다. 인제 내구의 경우 2시간을 제한시간으로 두고 있다.
원상연도 처음에는 F1이나 슈퍼레이스 같은 ‘스프린트 레이스’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냈지만 내구레이스로 전향한 뒤 새로운 매력에 푹 빠졌다.
원상연은 “레이스를 하다 보면 온도나 시간에 따라 차량 상태가 변화하고 물리적인 특성이 계속 바뀐다”며 “그것을 맞춰 적응하면서 레이스를 끌고 가는 것이 내구레이스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투잡 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12살, 8살 된 두 아들과 자주 못 놀아주는 게 가장 미안하단다. 그는 “다행히 아들들도 자동차를 좋아해 서킷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며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가족에게 무조건 봉사해야 한다”고 말한 뒤 미소를 지었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강국이다. 그럼에도 정작 모터스포츠는 널리 대중화되지 않았다. 아직은 마니아적인 성격이 강하다. 원상연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모터스포츠가 더 활성화·대중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기업들이 모터스포츠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며 “일반인들이 모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면 가족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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