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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 韓배우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50년 만에 오른 정점

김보영 기자I 2022.01.11 06:00:00

'오징어 게임' 오일남 역으로 남우조연상 수상
오영수 "생애 처음 나에게 '괜찮은 놈'이라 말해"
만 78세 연기 인생 50년…황혼에 맞은 전성기

배우 오영수. (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글로벌 깐부’ 배우 오영수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각본/연출 황동혁)으로 한국인 배우 최초 미국 골든글로브 연기상을 품에 안았다. 그의 연기 인생 50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오영수는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비벌리힐스 비버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 in TV Drama Series)을 수상했다. 그는 애플TV+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과 마크 듀플라스, HBO/HBO맥스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 애플TV+ ‘테드 래소’의 베릇 골드스타인과 경합해 트로피를 차지했다.

오영수는 올해 78세로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했다. 50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200편이 넘는 연극 작품에 출연한 그는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았다. 그는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을 연기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처럼 한국 영화가 골든글로브에 수상한 적은 있지만,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인 샌드라 오가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여우조연상과 ‘킬링이브’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아콰피나가 영화 ‘더 페어웰’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지만 한국인 배우가 수상한 적은 없었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윤여정도 골든글로브에선 수상 후보조차 지명되지 못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시상식에 불참한 오영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소감을 대신 밝혔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닌 ‘우리 속의 세계’”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며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은 남우조연상을 뺀 나머지 2개 후보 TV드라마 작품상(Best TV Drama Series)과 남우주연상(Best Actor in Drama Series)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석세션’이 이날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제레미 스트롱) 트로피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오영수의 남우조연상 수상이 한국 콘텐츠의 위상 및 골든글로브의 역사에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덕현 평론가는 “핵심 수상 부문을 영어권 작품이 휩쓰는 걸 보며 보수성을 실감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에 남우조연상을 줬다는 건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해 변화를 시도 중이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오영수의 수상이 그간 빛을 보지 못한 한국 배우들의 재능과 역량을 세계에 알릴 소중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 원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으로 활약한 오영수는 극 중 대사로 ‘깐부’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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