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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쏟아지는 '학폭 미투'… 왜?

윤기백 기자I 2021.02.24 06:00:00
왼쪽부터 조병규, (여자)아이들 수진, 김동희(사진=OCN·이데일리DB·엔피오)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과거의 학교 폭력(학폭) 피해를 폭로하는 ‘학폭 미투’가 연예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배우 조병규를 비롯해 김동희, 김소혜, 박혜수, 트롯 가수 진해성, 그룹 (여자)아이들 수진, 더보이즈 선우 등 많은 연예계 스타들이 학폭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스타덤에 오른 조병규는 과거 뉴질랜드 유학생 시절 학폭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수차례 제기됐다.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는 “유포되고 있는 모든 게시글과 루머에 대해 본인 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병규도 직접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오해를 받는 이 상황이 감당하기 버겁다”며 “삶에 회의와 환멸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여자)아이들 수진의 경우 학폭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문가들은 학폭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됐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익명성이 보장된 소통 창구가 보편화되면서 ‘학폭 미투’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2일 이데일리에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공정’에 대한 갈망이 큰데,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보면서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이가 많아지면서 ‘학폭 미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일반인들이 쉽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고 확산속도가 빠른 SNS, 커뮤니티 등 매체가 보편화돼 있다는 점도 ‘학폭 미투’ 활성화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사들은 비상이다. 급한 대로 소속 연예인과의 개별 면담 등을 통해 과거 점검에 나섰지만, 본인 입으로 직접 밝히지 않는 한 학폭처럼 극히 개인적인 사안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데뷔했거나 데뷔를 앞둔 아이돌의 경우 기획사에서 직접 학적을 관리하기도 하고, 과거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연습생의 경우 생활기록부를 제출받아 직접 살펴 보기도 한다”며 “자칫하면 사생활 검열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기획사 입장에서는 조심스럽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우 박혜수(사진=이데일리DB)
전문가들은 ‘학폭’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한다.

실제 이 상황을 틈타 거짓 폭로도 쏟아지고 있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그룹 세븐틴 민규의 경우 글쓴이가 게재한 졸업 앨범, 폭로 시점이 실제와 달라 거짓으로 확인됐다. 김소혜의 경우 3년 전 경찰조사 결과 허위사실로 판명된 글이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돼 고역을 치렀다. 박혜수는 당초 익명으로 제기된 폭로에 네티즌들에 의해 지목을 받았으나 최초 폭로자가 뒤늦게 “내가 폭로한 연예인은 박혜수가 아니다”라고 밝혀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김 평론가는 “학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호한 내용도 많은데, 자칫하면 싫은 소리 한 마디 한 것으로도 문제 삼아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다”며 “학폭 의혹이 제기됐을 때 기본적으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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