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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수 공부까지 신경쓰는 유럽 빅클럽들의 노력

이석무 기자I 2019.08.16 06:00:00
PSV 에인트호번 유소년팀의 릭 데 로이 감독(오른쪽 두 번째)이 대회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HM스포츠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마르코 레만 유소년팀 감독이 제주국제유스대회 대표자 회의에서 독일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HM스포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9년 한국 체육의 가장 큰 화두는 ‘공부하는 운동선수’다. 학교 스포츠를 정상화하고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강조하는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권고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스포츠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공부하는 운동선수’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다. 각 클럽들은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에 대해 운동 기량 발전 만큼이나 신경쓰고 있다.

지난 1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막을 올린 ‘2019 15세 이하(U-15) 제주국제유스대회’에는 도르트문트, 아우크스부르크(이상 독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카디프 시티(이상 잉글랜드),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 등 유럽의 명문클럽 유스팀들이 대거 참가했다.

1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축구선수라는 같은 꿈을 꾸는 전세계 어린 학생들이 경기 경험을 쌓고 다양한 문화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회 목적이다. 이들 유럽팀들이 긴 이동 끝에 서귀포까지 온 것도 교육적인 목적이 크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티엘 야니크 유소년팀 감독은 “유럽에서 만나보지 못한 상대와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라며 “이곳에서 많은 것을 얻고 싶고 문화도 경험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유럽 팀들은 어린 선수들이 축구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뉴캐슬의 경우 구단에서 학생 선수의 출결은 물론 등하교까지 관리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구단 버스를 학교에 보내 직접 선수들을 팀으로 데려온다. 선수 개개인에게는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이 주어진다. 선수들은 긴 시간 팀 훈련을 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스케줄에 맞춰 개인기량과 체력 등을 키울 수 있다.

이안 보기 뉴캐슬 유소년팀 감독은 “영국에서도 어린 선수 가운데 1% 정도만 프로팀에 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선수가 공부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동일한 수업을 듣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학습 진도나 수준을 따라가기 버거운 경우가 생긴다.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고민은 유럽 클럽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네덜란드 1부리그 명문 PSV 에인트호번는 아예 학생 선수를 위한 별도의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PSV에인트호번의 릭 데로이 유소년 팀 감독은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학생이 원하면 그들을 배려한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며 “심지어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클럽 안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각 팀마다 선수들의 학습을 담당하는 전담교사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선수들이 훈련이나 대회 참가로 인해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회 관계자는 “팀 내 전담교사가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유소년 선수들에게 필요한 여러 과목을 함께 가르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목표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단지 ‘구호’로서 끝나지 않고 현실적으로 성과를 내고 뿌리내리기 위해선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학생 선수들을 교실에 붙잡아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생 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모두 놓치지 않도록 돕는 유럽 클럽들의 세심한 노력들을 우리도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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