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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레볼루션]김영철·강호동…'개가수' 트로트 通했다

김은구 기자I 2018.04.23 06:55:59
김영철(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개그맨들을 비롯한 예능인들이 트로트 시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개그맨 김영철과 강호동, 방송인 붐과 리포터로 맹활약 중인 박슬기가 잇따라 신곡을 들고 트로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시기에 트로트 시장의 규모도 확대됐다.

지난해 ‘따르릉’으로 트로트의 인기를 주도했던 김영철은 2월 17일 신곡 ‘안되나용’을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호동도 같은 날 ‘복을 발로 차버렸어’로 가수 데뷔를 했다. 붐은 ‘옆집오빠’, 박슬기는 ‘꾸물꿈을’을 각각 발표했다. 음원사이트 지니에 따르면 3월 마지막주(25~31일) 트로트 음원 스트리밍수는 ‘안되나용’과 ‘복을 발로 차버렸어’ 발매 전 1주일과 비교해 17.2% 증가했다. 지니 2월 차트 내 트로트 톱3는 홍진영 ‘잘가라’가 1위, ‘복을 발로 차버렸어’ 2위, ‘안되나용’ 3위였다. 트로트 간판 스타인 홍진영이 이 기간 ‘잘가라’로 컴백하기는 했지만 개그맨, 예능인들의 진출도 트로트 시장 성장에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복을 발로 차버렸어’ 강호동과 홍진영(사진=SM엔터테인먼트)
◇ ‘즐거운’ 예능+‘흥겨운’ EDM 트로트

예능인들의 트로트 진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대부분 ‘EDM 트로트’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결합한 퓨전 장르로 변화를 줬다.

EDM 트로트는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시작으로 인기를 끈 트로트의 새로운 트렌드다. 트로트 가수들보다 예능인들이 빠르게 EDM 트로트를 선보이면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한 셈이 됐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전자음향이 가미된 빠른 댄스 음악과 결합한 트로트는 클럽에서 틀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흥겨움을 갖췄다”며 “EDM 트로트가 결과적으로 대중과 접점을 늘렸고 호응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예능인들의 트로트 진출은 지상파 등 방송을 통한 트로트의 홍보를 가능하게 했다. 김영철, 강호동이 출연하는 ‘아는 형님’ 등 TV 예능과 라디오 프로그램은 물론 아이돌 그룹 일색이었던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도 트로트가 등장했다.

트로트의 인기가 낮아지면서 지상파에서는 KBS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등 특정 몇개를 제외하면 트로트 가수나 음악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방송에서 트로트의 영역은 케이블 트로트 전문 채널, 지역 방송 프로그램 등으로 좁아졌다. 라디오에서도 방송사 서울 본사 프로그램에서는 트로트를 다루는 프로그램, 채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고리를 끊어낸 것은 가수들이 아닌 예능인들이었다.

붐(왼쪽)과 박슬기(사진=이데일리DB)
◇ 완성도도 갖춰…배척보다 시너지 찾아야

가수가 아닌 타 분야 연예인들이 트로트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완성도가 낮은 노래임에도 연예인 개인의 인지도만 앞세워 트로트 가수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행사 무대를 노리고 진출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로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중에게 트로트 음악의 퀄리티가 낮다는 인식을 부추기고 행사 시장에서는 가수들의 설 자리를 좁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예능인들이 발표한 트로트 곡들은 완성도도 갖췄다. ‘따르릉’과 ‘복을 발로 차버렸어’는 가수 홍진영이 작사, 작곡을 했다. 이를 각자 개성이 뚜렷한 김영철과 강호동이 각각 불러 노래에 재미를 더했다. 김영철의 신곡 ‘안되나용’은 드라마 ‘신의 선물 14일’, ‘욱씨남정기’, ‘황금주머니’ 등의 OST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공찬수의 곡이다. 히트곡 ‘안되나요’를 부른 휘성이 피처링으로 지원했다.

예능프로그램 MC, 패널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하지만 붐은 가수로 데뷔했고 2012년과 2013년에도 노래를 발표한 적이 있다. 리포터로 맹활약 중인 박슬기는 2004년 MBC 팔도모창가수왕 대상 출신으로 노래에 일가견이 있다.

기존 트로트 가수들은 이들을 경쟁자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들어 놓은 기회를 활용해 트로트 붐업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예능인들도 음원을 낼 때까지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등 만전을 기한다. 트로트 가수들보다 노래 실력에서 뒤처질 수는 있지만 인지도가 높은 만큼 경쟁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며 “트로트 가수들이 이들을 배척하기보다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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