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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배우 김정석. 1985년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으로 데뷔해 2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대중에겐 낯선 배우다. 그도 그럴것이 김정석은 프로필의 대부분을 연극으로 채웠다.
그런 그의 배우 인생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건 올해 들어서부터. 인기 걸그룹 티아라 지연의 아버지로 분하면서 얼굴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김정석은 티아라와 윤시윤이 함께한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 `부비부비`에서 지연의 철없는 아버지 역을 맡았다. 딸의 유명세를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분식집의 손님을 끌려고 하는 못난 아버지다.
"처음에 지연이와 인사를 나누는데, 간단하게 인사만 하곤 그걸로 끝이었어요. `내가 좀 어려운가보다` 싶었죠.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스케줄이 너무 많아 피곤했었다더라고요. 나중에는 제가 촬영하는데 저 멀리서 `아빠 잘해`라고 소리도 치고··· 붙임성 좋고 활달한 친구예요."
처음에는 티아라를 잘 몰랐는데 이제는 팬사이트를 들락거릴 정도로 팬이 됐다. 심지어 티아라 2집 타이틀 곡 `너 때문에 미쳐` 춤동작까지 정확히 꿰뚫고 있을 정도다.(그는 인터뷰 도중 직접 기자 앞에서 직접 춤을 춰 보이기도 했다)
1985년 `길소뜸` 이후 영화의 품으로 돌아오는 데는 20년이 걸렸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20년 사이에 고작 한 편이었다. 배우의 길에 들어선 건 서울예술대학 재학시절 "진짜 연기를 해보고 싶거든 연극을 해보라"는 지도 교수의 한 마디가 계기가 됐다.
"그래서 극단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규율이 엄청 세더라고요. 극단 출근 시 세 번 늦거나 빠지면 아예 극단에서 퇴출이었으니까요. 그런 속에서 연극에 매진하다 매력에 빠진 거죠. 연극하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도 제 극단을 만들어 후배들을 키우고 싶은 꿈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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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그래서였다. 연극만으로 극단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2005년 영화 `브레인 웨이브`로 다시 영화에 발을 붙였다. 이 영화의 신태라 감독은 서울예술대학 후배로 당시 인연은 계기가 돼 2007년 `검은집`과 `7급 공무원`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이외에도 김정석은 `하류인생`,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페어러브` 등에 출연, 얼굴을 조금씩 알리고 있다.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 `이산`과 `솔약국집 아들들`에도 출연해 영역을 조금씩 늘리는 중이다.
"사실 `브레인 웨이브` 이전에도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카메라 앞에 섰었죠. 그런데 제가 너무 연극 연기에 젖어있었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모니터를 하는데 카메라 연기에 적응이 안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천천히 저를 알아갈 시간이 필요했죠."
김정석의 연기 지론은 이렇다. 연기자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 발전한다. 연기자 스스로가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움직임을 했을 때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본인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석은 이제 카메라 앞에 서기에 충분하다고 느꼈을까. 조금씩 촘촘해지는 그의 필모그라피가 대신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의 수가 늘어가면서 지향점도 두게 됐다. 김정석은 자신의 롤모델로 김갑수를 꼽았다.
대한민국 중년 남자 연기를 도맡다시피 하는 김갑수를 멘토로 삼는 것에 대해 불편한 질문을 던져봤다. `지나친 겹치기 출연에 거부감을 갖는 시청자도 있던데요?`
"그만큼 많은 배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의 힘이죠. 그런데 사실 제가 김갑수 선배님처럼 되고픈 것은 그보다도 극단을 운영하고자 하는 바람이 커요. 본인의 연기를 하시면서 동시에 극단 `배우세상`을 이끌고 계시잖아요.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이처럼 배우 김정석의 인생에 있어 연극은 늘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김정석은 소년처럼 부끄러워 하며 연극 이외에 가슴에 품은 또 하나의 꿈을 덧붙였다.
"레드카펫을 밟아보고 싶습니다. 사실 이건 어머니와의 약속이기도 해요. 지금은 호주에서 따로 살고 있는 딸과의 약속이기도 하고요. 딸이요? 이제 17살로 지연이보다 1살 어리네요. 그래서 지연이랑 연기하는데 어색함이 없었나?(웃음)"
김정석은 "자신의 연기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지금은 김정석 연기 인생의 2막쯤이 될 것이다. 연기를 시작한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시작을 외칠 수 있는 배우. 그 마르지 않는 에너지가 보여줄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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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욱 수습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