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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세계 향해 '금빛 도약' 준비 완료...한국 육상 역사 바꿀까

이석무 기자I 2023.08.18 06:00:00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실외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을 노리는 우상혁.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하계올림픽,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철저히 관심 밖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2011년 8월에는 대구에서 대회가 열렸지만 국민적인 관심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철저히 변방이었던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태극기가 시상대에도 걸리기 시작했다. 한국 높이뛰기의 희망,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 덕분이다.

우상혁은 1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막하는 제19회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높이뛰기에 출전한다. 한국시간으로 20일 오후 5시 35분 예선, 23일 오전 2시 55분에 결선을 치러 금메달에 도전한다.

우상혁은 지난해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을 차지하면서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실내·외를 통틀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우상혁이 최초였다. 내친김에 그해 8월 미국 유진에서 열린 실외 세계선수권에서는 2m35를 뛰어 2위에 올랐다.

우상혁은 지난해 실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한국 육상 사상 첫 은메달 성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상혁의 진짜 목표는 금메달이다. 우상혁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너무나 아쉽다”며 “맡겨놓은 금메달을 찾아오겠다”고 장담했다.

금메달 목표는 단순히 우상혁의 일방적인 바람만은 아니다. 지난 16일 세계육상연맹은 홈페이지를 통해 남자 높이뛰기 경쟁을 예상하면서 우상혁을 ‘현역 최고 선수’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 장마르코 탬베리(31·이탈리아), 주본 해리슨(24·미국) 등과 더불어 우승후보군에 포함했다.

연맹은 “도쿄 올림픽 4위(2m35)이자, 지난해 세계실내선수권 1위(2m34), 유진 세계선수권 2위(2m35)에 오른 우상혁이 강한 도전을 펼칠 것”이라고 소개했다.

만약 우상혁이 금메달을 따내면 세계 육상 역사에도 큰 획을 긋게 된다. 세계실내선수권과 실외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한 역대 6번째 남자 높이뛰기 선수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실내와 실외 세계선수권 우승을 모두 경험한 선수는 파트리크 셰뵈리(스웨덴·1985년 실내, 1987년 실외)부터 찰스 오스틴(미국·1997년 실내, 1991년 실외),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1989·1993·1995·1999년 실내, 1993·1997년 실외), 야로슬라프 리바코프(러시아·2006년 실내, 2009년 실외),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2014년 실내, 2017·2019·2022년)까지 5명뿐이다. 만약 우상혁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면 동아시아 선수로는 최초 기록을 세운다.

우상혁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바르심이다. 바르심은 자타공인 현역 최고의 점퍼다. 2017년 런던(2m35), 2019년 도하(2m37), 2022년 유진(2m37)에서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올해도 지난 7월 폴란드 실레지아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m36을 넘으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도쿄올림픽에서 2m37을 넘어 바르심과 공동 금메달을 차지한 탬베리도 우승후보로 손색없다, 탬베리는 최근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뒤 실레지아 다이아몬드리그에서 2m34를 넘어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의 해리슨은 이번 남자 높이뛰기 최대 다크호스다. 올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특히 7월 23일 런던 다이아몬드리그에선 2m35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기록과는 별개로 순위 싸움에 강하다는 점도 해리슨의 장점이다.

쉬운 경쟁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우상혁은 자신감이 넘친다. 우상혁은 “’이 정도 참았으면 당연히 금메달을 따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체중 관리를 잘했다. 훈련 성과도 좋았다”며 “주변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식단을 조절하고, 훈련 강도도 높일 수 있나’라고 불쌍히 여기지만 노력하면 보상받더라. 집중하고, 몰입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낼 자신있다”고 장담했다.

이번 대회에는 우상혁뿐만 아니라 남자 200m 고승환(25·광주광역시청)과 세단뛰기 김장우(23·장흥군청), 여자 포환던지기 정유선(25·안산시청)이 한국을 대표해 세계선수권 무대에 선다.

개인 최고 기록이 20초51인 고승환은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7시 50분에 열리는 200m 예선에 출전한다. 200m 예선에는 총 62명이 뛴다. 2022 아시아선수권 3위에 오른 김장우(개인 최고 16m78)는 20일 오전 2시 35분에 시작하는 남자 세단뛰기 예선에서 37명과 경쟁한다. 한국 최초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정유선(개인 최고 17m12)이 참가하는 여자 포환던지기 예선(38명 출전)은 26일 오후 5시 25분에 열린다.

이들은 당장 세계선수권대회 메달권 실력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얻는 경험이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난민 팀을 포함한 202개 팀, 2187명이 출전해 49개 종목에서 경쟁한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젊은 황제’ 아먼드 듀플랜티스(23·스웨덴)다.

듀플랜티스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실외(6m21)와 실내(6m22) 세계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6m02), 지난해 3월 벌인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6m20), 2022년 7월에 치른 2022 유진 실외 세계선수권(6m21) 등 최근에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록으로 우승을 휩쓸었다. 실내 세계 1∼5위, 실외 1∼3위 기록을 모두 보유한 듀플랜티스는 이번 대회에서 단순히 금메달을 넘어 세계신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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