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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63승 신지애 "언젠가는 클럽 놓겠지만, 투어에서 더 뛰고 싶어"

주영로 기자I 2023.03.06 00:10:00

JLPGA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10언더파 우승
2월 호주 빅오픈 이어 3주 만에 우승..프로 통산 63승
"47세 후도 유리, 48세 카리 웹 보면서 자극 받아"
"영구 시드 받는 것은 또 하나의 목표..꼭 해낼 것"

신지애가 5일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 골프클럽에서 열린 JLPGA 투어 2023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신지애는 이날 우승으로 프로 통산 63승을 달성했다. (사진=일본 현지 매니지먼트 KPS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언젠가는 클럽을 내려놓겠으나 그때까지 투어에서 더 많이 뛰고 싶다.”

신지애(35)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총상금 1억2000만엔)에서 프로 통산 63승을 달성한 뒤 밝힌 소감 중 한마디다.

신지애는 5일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2위 이나미 모네와 우에다 모모코(이상 일본·7언더파 281타)의 추격을 3타 차로 뿌리치고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JLPGA 투어 통산 27승째를 따낸 신지애는 프로 통산 63승(한국 아마추어 1승 포함 64승)을 달성하며 자신이 보유한 한국 선수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신지애는 부상과 싸우고 있었다. 약 3년 동안 괴롭혀온 팔꿈치 통증이 심해지자 개막전을 끝낸 뒤 수술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애초엔 시즌을 끝낸 뒤 수술을 고려했으나 통증이 심해지면서 개막전을 치르자마자 수술대에 올랐다.

약 두 달 동안 필드를 떠났던 신지애는 5월 투어로 복귀했다. 수술 뒤 처음 출전한 파나소닉 오픈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공동 9위에 올라 성공적인 복귀식을 치렀다. 그러나 기대했던 우승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우승 없이 보냈다.

신지애는 1월 호주로 떠나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호주는 신지애가 프로 데뷔 초창기부터 이용해온 전지훈련 장소다.

새 시즌을 준비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해온 신지애는 지난 2월 열린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 빅토리아 오픈에 출전해 오랜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총상금이 42만 호주달러(약 3억7000만원)로 대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지훈련의 중간 점검 차원에서 나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을 찾았다.

호주에서 2월 말까지 훈련한 뒤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개막전에 참가할 예정이었던 신지애는 계획을 변경해 일주일 먼저 훈련을 끝냈다.

생각보다 훈련 성과가 좋아 일찍 개막전이 열리는 현지로 이동해 시차 적응과 날씨에 적응하는 편이 낫다는 계획에서였다.

신지애의 부친 신제섭 씨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훈련을 마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훈련 성과가 좋아 일찍 일본으로 이동해서 적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면서 “옆에서 훈련 과정을 지켜보지는 못했으나 그 어느 해보다 강도 높게 훈련했다고 하더라. 열심히 훈련하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에서의 기분 좋은 우승 그리고 만족스러운 훈련 성과는 JLPGA 투어 개막전으로 이어졌다.

대회 첫날 성적은 1오버파 73타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둘째 날 3언더파 69타를 적어낸 데 이어 셋째 날은 무려 7언더파 65타를 때려내는 몰아치기로 단숨에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일 경기는 모모코의 추격으로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신지애는 16번과 17번홀에서 위기를 맞고도 연달아 파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오히려 추격해온 모모코가 18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신지애의 부담을 덜어줬고,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을 자축하는 버디로 마무리했다.

이번 우승은 신지애에게도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경기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우승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제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마지막 날 18번홀 그린으로 올라섰을 때 많은 갤러리가 환호해주는 분위기였다”라며 “그것은 내가 프로골퍼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진심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게다가 오늘은 우승으로 마무리해 더 좋았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1988년생인 신지애는 어느덧 프로 18년 차의 베테랑이 됐다. 주니어 시절부터 함께 활동해온 최나연(36), 김하늘(35) 등은 이미 필드를 떠났고, 이보미(35)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일본 무대 은퇴를 선언하는 등 서서히 저물고 있다. 그러나 신지애에게 ‘은퇴’란 아직도 먼 얘기다.

신지애는 “언젠가는 클럽을 놓을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투어에서 더 많이 뛰고 싶다”라며 “이번 대회에서 함께 경기했던 후도 유리(46)와 호주 빅오픈에서 함께 뛰었던 카리 웹(48)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런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더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JLPGA 투어는 30승을 기록하면 영구시드를 준다. 신지애는 이번 우승으로 JLPGA 투어 대회에서만 29승을 달성했다. 다만, 신지애는 JLPGA 정식회원으로 입회하기 전인 2008년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과 LPGA 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2020년 미즈노 클래식 우승은 공식 기록에서 제외돼 통산 27승으로 3승을 더 추가해야 영구시드를 받는다.

JLPGA 투어 통산 우승은 27승으로 같지만, 개인 통산 우승 기록에서는 산정 방식이 또 달라진다. LPGA 투어 11승 중에는 2번의 미즈노 클래식(2008년과 2010년) 이 포함돼 있어 JLPGA 투어 우승에서 제외하고, 2008년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 우승을 포함해 통산 27승으로 계산한다. 그밖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승(아마추어 1승 제외),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 2승, 대만여자프로골프투어 1승, 레이디스 아시안투어 1승, 호주여자프로골프 1승을 거뒀다.

신지애는 “영구 시드를 받는 것은 또 하나의 목표이고 꼭 해내고 싶다”라며 “JLPGA 브라이트너로서 우승해 더욱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JLPGA 브라이트너는 JLPGA가 투어 홍보를 위해 선정한 특별 선수다. 올해 6명이 브라이트너로 선정됐고 한국 선수로는 신지애가 유일하게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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