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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만에 나온 니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특별한 이유

주영로 기자I 2022.02.22 00:05:00

PGA 제네니스 인비테이셔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1969년 최초 흑인 골퍼 시포드 이후 53년만에 달성
시포드 탄생 100주년..니만 우승으로 의미 더해

칠레 출신의 호아킨 니만이 21일(한국시간)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통산 2승째를 올리자 칠레 국기를 든 팬들이 몰려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1번홀(파5). 호아킨 니만(칠레)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 옆에 멈췄다. 벙커로 들어갔더라면 버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뻔했지만, 행운이 따랐다. 공에서 홀까지 거리는 약 15m. 니만은 웨지를 잡고 칩샷을 시도했다. 그린에 떨어진 공은 퉁퉁 서너번 뛰더니 경사를 타고 굴러가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글로 연결되며 순식간에 2타를 줄인 니먼은 6타 차 선두로 나서며 우승을 확신했다. 니만은 주먹을 쥐며 이 순간을 즐겼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 4라운드. 온통 관심은 니만에게 쏠렸다. 3라운드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린 니만이 마지막 날까지 1위를 지키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라운드 내내 1위 유지하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니만은 11번홀 이글로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그 뒤 2개의 보기가 나왔지만, 아무도 니만을 따라잡지 못했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를 적어낸 니만은 캐머런 영과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17언더파 267타)의 추격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하며 이 대회에서 53년 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올해 6번째 열린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53년이란 기록이 나온 건 대회의 역사와 관련 있다. PGA 투어는 대회의 역사를 후원하는 타이틀 스폰서가 아니라 개최 장소 또는 날짜 등 다른 기준을 정하는 대회가 더러 있다. 이 대회는 그중 하나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제네시스 오픈 포함) 이전에는 노던트러스트 오픈으로 열렸다. 처음 대회가 시작된 1926년에는 LA오픈이었다. 초대 대회는 로스앤젤레스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됐지만,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59차례 대회가 열렸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LA오픈을 이어받았으니 그 역사는 96년이다.

니만의 우승이 더욱 특별한 건 53년 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주인공 찰리 시포드(미국)와 연관이 있다.

시포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흑인 최초 PGA 투어 선수였고 첫 우승자다. 그는 ‘백인 전용’이라는 PGA 투어에서 인종 차별의 장벽을 허문 상징적인 인물이다. 미국 골프계의 ‘마틴 루터 킹’으로 불려온 그는 2015년 9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시포드를 추모하기 위해 특별한 전통을 만들었다. 2009년부터 소수 민족 또는 흑인 선수에게 출전권을 주고 있다. 올해는 흑인 골퍼 애런 베벌리가 주인공이었다.

시포드는 PGA 투어에서 대기록을 남기진 못했다. 투어 우승은 이 대회를 포함해 2번뿐이었다. 하지만 인종 차별의 벽을 무너뜨린 상징적인 인물로 2004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시포드가 태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니만이 시포드 이후 53년 만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해 의미가 더 특별해졌다.

이번 대회는 시포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랭킹 상위 톱10의 모든 선수가 빠짐없이 참여했고, 1번 홀에는 ‘100번 홀’이라는 안내판을 세웠다.

니만은 소수 민족이나 흑인은 아니다. 하지만 칠레 출신으로 2019년 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개척자다. 이날 시상식엔 대회 호스트를 맡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나와 니만에게 트로피를 전달했다. 모두 인종 차별의 벽을 허문 시포드의 혜택을 본 후예라 할 수 있다.

한국 선수는 이경훈(31)이 공동 26위(6언더파 278타)로 가장 높은 순위에 자리했고, 임성재(24) 공동 39위(4언더파 280타), 김시우(27)는 73위(3오버파 287타)에 올랐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로 시상식에 나선 타이거 우즈(왼쪽)가 우승을 차지한 호아킨 니먼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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