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서 우승후보로 변신' 우리카드 토털배구 돌풍

이석무 기자I 2013.12.20 08:42:08
기뻐하는 우리카드 배구단 선수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불과 1년전만 해도 팀 해체를 걱정했던 팀. 배구계에선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팀”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프로배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당당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바로 남자배구 우리카드 한새 얘기다.

우리카드는 20일 현재 9승3패 승점 23점으로 삼성화재(승점 29점), 현대캐피탈(8승4패 승점 24점)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승점은 현대캐피탈에 뒤지지만 승수와 승률은 오히려 더 높다. 지금 흐름이라면 우리카드가 플레이오프에 나갈 ‘빅3’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카드 배구단은 대우자동차판매의 금융 자회사인 우리캐피탈 드림식스라는 이름으로 2009년 창단했다. 창단 당시만 해도 신영석, 박상하, 안준찬 등 대학 최고 유망주들을 2년간 싹쓸이 하면서 단숨에 우승후보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창단하자마자 모기업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풍전등화 신사게 됐다. 우리캐피탈은 전북은행으로 인수됐지만 전북은행은 배구단을 포기했다. 드림식스 배구단은 창단 2년 만에 주인 없는 팀이 됐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한국배구연맹(KOVO)의 관리구단으로 다른 팀의 지원을 받으면서 근근히 리그에 참가했다.

언제 팀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선수단을 무겁게 짖눌렀다.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경기력이 말이 아니었다. 훌륭한 자원들을 보유하고도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쓸만한 외국인선수를 데려오지도 못하다보니 잘 싸우다가도 힘이 모자랐다.

다행히 우리카드가 새 주인으로 등장하면서 다시 희망을 되찾았다. 구단 인수 계획을 한 차례 번복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우리카드 배구단이 출범하면서 방황했던 선수들도 안정을 되찾았다.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열망은 남달랐다. 그동안 감춰졌던 잠재력이 모기업의 안정된 지원 속에서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거포에게 의존하는 ‘몰빵’이 대세인 프로배구에서 우리카드는 ‘토털배구’로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우리카드에서 가장 많은 공격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외국인선수 숀 루니가 아니다. 바로 2년차 레프트 최홍석이다. 오히려 루니는 서브리시브나 수비 등 궂은 일을 한다.

그렇다고 최홍석에게만 공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지난 17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이길 당시 우리카드는 세터를 제외한 주전 5명이 고르게 10점 이상 뽑았다. 누구에게 공을 올려도 다 때려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기록이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카드는 뒷심이 부족한 팀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선수들이 똘똘 뭉치면서 최강 뒷심의 팀으로 변신했다. 올시즌 네 차례 풀세트 싸움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오히려 피말리는 접전에서 집중력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우리카드는 오는 21일 천안에서 2위 현대캐피탈과 중요한 일전을 벌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2위 자리로 올라서는 동시에 선두 삼성화재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를 수 있다. 우리카드 입장에선 진짜 강팀으로 도약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강만수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 루니가 결정을 내주면 편할텐데 아직은 그렇지 못해 불안하다”면서도 “우리에게 2,3위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가진 실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제 실력만 낸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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