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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②]김용화 감독,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꿈꿔"

최은영 기자I 2013.04.18 08:00:00
링링 앞에서 포즈 취하는 김용화 감독.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국가대표’ 흥행감독 김용화가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함께 여름 극장가에 등판한다. 영화 제목은 ‘미스터 고’.

이 영화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아시아 최초 디지털 캐릭터 영화에 한국 최초 풀(Full) 3D 영화, 중국의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까지. 순 제작비만 225억 원이 들어갔다. 한국영화 흥행 1, 2위 작품인 ‘도둑들’과 ‘괴물’을 투자·배급한 쇼박스가 ‘미녀는 괴로워’·‘국가대표’에 이어 다시 파트너로 나섰다. 배우 성동일도 그대로 출연한다.

김용화 감독의 도전은 이번에도 성공할까? 오는 7월 영화 개봉을 앞두고 후반 작업으로 바쁜 김용화 감독을 ‘링링’의 산파 역할을 한 파주 시각효과 스튜디오 덱스터 디지털에서 만났다.

- ‘미스터 고’ 시작은.

▲ 4년 전 ‘국가대표’로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고 명예도 얻었다. 물론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했다. 이후 6개월을 쉬었다. 그때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이 ‘미스터 고’다. 크리처 샷이 1000컷 이상 되는 작품은 할리우드에서도 드물다. 나를 비롯해 영화 관계자, 팬들 모두에게 자극이 되고 싶었다.

- 디지털 스튜디오를 직접 설립했다. 어찌 보면 모험인데.

▲ 처음에는 ‘킹콩’ ‘반지의 제왕’을 만든 웨타 스튜디오에 CG 작업을 의뢰했는데 이 영화의 총 제작비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 나와 포기했다. 스튜디오를 직접 설립한 이후에는 기술자가 없어 애를 먹었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조롱받기 일쑤였다. 간이 부었단 소리도 들었다. 4년 전 8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180명이다. 초기 비용 30억 원에 경상비만 70억~80억 원이 든다. ‘미스터 고’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 처음부터 끝까지 모험이었다. 도움받을 사람도, 기술자도 없는 상태에서 장비부터 샀다. 공부하며 터득해갔다. 모션 캡처 등 애니메이션 기술은 ‘트랜스포머’ 등에 참여한 ILM 기술자도 인정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회사 애니메이터 2/3가 1년 차라는 것이다. 장비가 좋으니 기술적인 성장 속도가 엄청났다. 살려고 하니 거짓말처럼 살았다.

영화 ‘미스터 고’ 제작 영상 캡처.
- ‘덱스터 디지털’이 추구하는 모델은.

▲ ILM과 픽사의 중간 모델로 구상했다. ILM이 실사를 바탕으로 극사실주의적인 표현에 집중한다면 픽사는 판타지적인, 캐릭터로 승부를 거는 3D 애니메이션 회사다. 덱스터 디지털의 현실은 ILM에 가깝지만 꿈은 픽사에 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의 ILM·픽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 CG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 프로그램 초기 개발 단계에서 도움을 준 리듬 앤 휴즈(Rhythm & Hues) 소속의 김태용 박사가 이후 완성된 영상을 보고 찬탄을 금치 못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라이팅(Lighting)’이다. 라이팅은 3D 데이터 상에 실제와 같은 조명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 제임스 캐머런보단 스티븐 스필버그. 캐머런이 정서적인 것과 기술적인 것의 균형을 따졌을 때 후자에 좀 더 집중한다면 스필버그는 어느 양단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는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어려웠고(김 감독은 20대 때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그런 현실의 고통을 피하고 싶어 영화관에 갔다. 내 기준에 좋은 영화는 고통에서 출발하되 고통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아니면 아예 현실에 없는 그림으로 꿈을 꾸게 해주든가.

- 야구하는 고릴라 이야기. 왜 ‘야구’인가.

▲ 개인적으로 야구광이다. LA 다저스, 뉴욕 매츠의 팬이다. 대학 다닐 땐 메이저리그에 푹 빠져 살았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는 두산 베어스가 좋아졌다. 팀 명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줘서(웃음).

- ‘미스터 고’ 속편이 나오면 무대는 메이저리그가 되는 건가.

▲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링링이 당대 최고의 메이저리거들을 격파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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