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사이언스] 골프와 몸무게는 무슨 관계?

조선일보 기자I 2010.07.27 07:41:39

신지애는 지방질 줄이고 서희경은 몸집 키우고… 안선주, 유산소운동 효과

[조선일보 제공] 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신지애는 작년보다 훨씬 날렵했다. 기분전환용으로 머리까지 짧게 잘라서인지 더 그래 보였다. 신지애는 사실 작년보다 체중이 4~5kg 정도 줄었다. 그래도 샷 거리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대회 1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안선주도 작년보다 체중을 15kg이나 줄였다. 반면 남자 골프 간판스타 최경주는 2007년 무리하게 체중을 줄인 후유증으로 2년간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체중과 골프는 무슨 관계일까.

■"체중은 줄었지만, 근력은 강해져"

신지애의 피지컬 트레이너 리처드 니지엘스키(호주)는 "신지애의 골프에 필요한 근육량은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불필요한 지방만 없앴기에 스윙 스피드를 높여주는 근력과 유연성은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호주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그는 "올 초 신지애를 체크해보니 신체 밸런스는 뛰어나지만 파워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거기서 하체·등·골반 근육을 집중 보강하는 체력 훈련이 결정됐다.

그렇다고 먹는 양을 줄인 건 아니다. 마음껏 먹으면서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한 것이다. 니지엘스키는 2년 뒤면 신지애의 몸이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전성기 때처럼 근육질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니지엘스키는 골퍼의 스윙을 목걸이에 비유했다. "한두 곳이 약하면 그곳의 목걸이가 끊어진다"는 식이다. 그는 "피지컬 트레이닝의 목적은 부상 예방과 기량 향상이란 두 가지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했다.

2007년 석 달 만에 10kg을 줄인 최경주는 왜 허리 통증에 시달렸을까. 전문 트레이너가 없어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최경주는 2008년 여름부터 치료를 시작해 올 초 정상을 되찾았다. 몸무게는 슬럼프 때보다 5kg 늘어난 88kg이다.

■7개월간 15kg 뺀 안선주

지난 7개월간 15kg을 뺀 안선주의 경우는 또 달랐다. 그는 일본진출을 앞두고 작년 12월부터 넉 달간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이고 하루 5~6시간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했다. 이때 10kg, 그 후 3개월간 5kg이 더 줄었다.

안선주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줄지 않았을 뿐더러 아이언 스윙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처음에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무조건 몸을 가볍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안선주가 선택한 유산소 운동은 등산과 달리기였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교수는 "고도 비만일 경우에는 신체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몸의 유연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안선주는 급격히 체중을 줄이면서도 근육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몸의 균형은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골퍼의 경우 체중 감량에 따라 스윙도 꾸준히 그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몸이 기존의 스윙 패턴을 기억하는 상황에서 체중만 줄이면 샷 감각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최경주도 "젊은 선수들에게 잘 치고 싶다고 이것저것 한꺼번에 바꾸지 마라.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골프 파워는 유연성과 근력에서 나온다

국내 여자골프 1인자 서희경은 오히려 4kg 정도 몸무게를 늘리며 '근육질의 여전사'로 변신했다. 그는 2년 전부터 동계훈련 때마다 하루 2~3시간씩 허리와 하체 근육을 집중적으로 단련하면서, 몸의 근육량을 3~ 4kg 늘렸다.

이 훈련으로 드라이버 샷 거리를 10야드 이상 늘려 260~270야드를 치게 됐고 스윙 때 몸통이 먼저 돌아가던 약점도 없어졌다. 그는 올해 미 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 교수는 "골프에서 샷 능력은 근력과 유연성에 좌우된다"며 "단순한 감량보다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체중이 그대로라도 지방이 5kg 줄고 근육이 5kg 는다면 그만큼 파워가 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석 달에 체중의 5% 이상 감량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80kg일 경우 3개월간 5%인 4kg 정도 감량하는 게 몸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다. 식사량만 줄이면 지방과 근육이 함께 줄어 비거리도 줄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유연성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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