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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과 딥토크3] "나는 축구 외곬수"

송지훈 기자I 2010.05.03 06:17:00
▲ 조광래 경남FC 감독(사진_송지훈 기자)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경남의 경기를 지켜 본 축구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패스워크와 압박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조 감독의 전술과 전략을 수행하는 선수들이 '유치원생'들이라는 점과 맞물려 특별히 주목받는 포인트다.

그래서 물어봤다. 올 시즌 K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조광래 축구'의 핵심은 무얼까. 조 감독은 과거 서울 시절 전술과 현재 활용하는 전술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지난 2000년에 서울에서 우승을 할 때는 전체적으로 수비 안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공격수들에게 모든 공격을 맡겼어. 하지만 지금은 양 측면 윙백들을 공격적인 선수들로 배치해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특징이야. 보통 K리그에서 스리백을 쓰면 수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오히려 공격에 무게중심을 둬. 그게 상대팀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는가봐. 하나 덧붙이자면, K리그는 대부분의 팀들이 측면 위주로 공격을 풀어가잖아. 그런데 우리는 중앙돌파 비율이 상당히 높아. 패스워크와 조직력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지."

◇해답은 창의성이다
조광래식 공격축구를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로 '지옥훈련'을 예상하는 팬들이 많다. 대학 무대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프로무대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에 성공했다면,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르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지만, 조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마 우리처럼 체력훈련 적게 하는 팀은 없을 걸. 우리는 좁은 지역에서 볼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훈련을 많이 해. 어차피 축구경기를 할 때 넓은 그라운드를 모두 다 사용하진 않잖아. 그때 그때 부분적인 지역에서 플레이한 것이 모여서 하나의 경기가 되는 거지. 나는 선수들에게 플레이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도록 적극적으로 주문해. 얼마를 뛰든 창의적으로 움직이라는 거지. 훈련이든 실전이든 마찬가지야. 올 시즌에 성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가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어"
▲ 경남FC 선수들(사진_경남FC)

◇외곬수, 하지만 후회는 없다
조광래 감독은 따뜻하고 친화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누구에게든 먼저 다가서는 적극성을 지녔다.

하지만 대상이 축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 감독은 전술적인 판단과 관련해 한 번 내린 결정과 판단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원 코치 시절 전술적인 견해 차로 인해 김호 전 감독과 마찰을 빚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심판 판정에 대해 지나치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광래 감독이 이른바 '축구 외곬수'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 감독 또한 '외곬수'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변화를 시도할 뜻은 조금도 없어보였다. 선수로서, 또 지도자로서 살아온 세월에 대한 만족감이 뒷받침된 듯했다.

"물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고집불통이라 말하겠지.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또 자신감도 있어. 나는 어떤 일이든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 하지만 한 번 정한 것에 대해서는 뒤돌아보지 않아. 나 자신을 믿는 거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휘고 싶진 않아. 사실 이런 내 스타일이 축구지도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에는 걸림돌이 됐을 거야. 어디서 들으니 K리그 단장들 사이에서 '조광래 감독은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하더라고.(웃음) 그래도 맡은 팀을 합리적으로 운영하는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까."

◇제자들, 조광래를 춤추게 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광래 감독이 경남FC 사령탑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애착이 하나고, 제자들의 가파른 성장세를 직접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와 관련해 조 감독은 "비중으로 치면 전자보다는 후자가 압도적"이라며 남다른 제자 사랑을 드러냈다.

"솔직히 말해서 경남 선수들이 잘 할 거라고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그래서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한 제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더 흐뭇해. 우리 선수들은 이해력이 남달라. 훈련할 땐 왜 하는지, 내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금방 알아채거든. 맥을 짚어나가면서 훈련을 하니까 기량 향상 속도가 빠른 거지."

조 감독은 "향후 부상 없이 팀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우승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기대감을 나타냈다. "작년 후반기에 비로소 나와 선수들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 그는 "올 시즌 초반 자신 있게 우승을 공언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우리 선수들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했듯, 경남 선수들의 가파른 성장세는 조광래 감독을 춤추게 하고 있었다.
 
▲ 조광래 경남FC 감독(사진_경남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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