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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1위 마친 LG, 28년간 묵은 우승의 한 올해는 풀까

이석무 기자I 2023.07.17 06:00:00
전반기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LG트윈스. 28년 간 풀지 못한 우승의 한을 올해는 풀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전반기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1위는 LG트윈스였다. LG는 지난 13일 막을 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전반기에서 49승 2무 30패 승률 .620를 기록, 1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각 팀이 76~86경기를 치른 가운데 유일하게 승률 6할대를 지켰다. 전반기 내내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였던 2위 SSG랜더스와 승차를 2.5경기 차로 벌렸다.

KBO리그는 초창기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로 나눠 시즌을 운영하다 1989년부터 단일시즌을 채택했다. 양대리그로 나눠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가렸던 1999년과 2000년 두 시즌을 제외하고 단일리그로 치러진 시즌은 총 32시즌. 이 가운데 전반기 1위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23차례였다. 확률이 71.9%나 된다.

1990년과 1994년 등 두 차례 통합 우승을 일궜던 LG는 이후 28년간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는 LG에게 깊은 교훈을 안겨준 시즌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선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LG는 팀 창단 이래 한 시즌 최다승(87승) 기록을 세우며 분전했지만 정규시즌에선 SSG에 이어 2위에 그치며 결국 플레이오프 벽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 LG는 확실히 달라졌다. 시즌 전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LG는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갔다. 투타에서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자랑했다. 전반기팀 타율(0.285), 팀 득점(437득점)에서 모두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출루머신’ 홍창기가 출루율 1위(.449)에 오를 정도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FA로 영입한 포수 박동원(15홈런)은 수비는 물론 팀에 부족했던 장타력까지 책임졌다. 오스틴 딘(타율 0.300 11홈런 57타점)은 LG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었다.

마운드도 강력했다. 전반기 팀 평균자책점이 3.61. 10개 구단 중 1위다. 애덤 플럿코(11승1패 ERA 2.21)와 임찬규(6승2패·ERA 3.19)가 선발진을 이끌었고 정우영, 박명근, 함덕주, 김진성, 고우석 등이 버틴 불펜은 질과 양 모두 최강을 자랑했다.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 초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다녀온 고우석, 정우영, 김윤식 등 젊은 투수들이 한꺼번에 부상이나 슬럼프에 시달렸다. 최대 강점인 불펜진도 흔들리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때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고졸신인 박명근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유영찬 등이 활약하며 고비를 잘 넘겼다. 이후 고우석, 정우영이 회복하면서 LG 불펜은 더 강력해졌다.

염 감독의 지도력도 LG가 1위로 전반기를 마치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 불펜진 구멍에 생기자 염 감독은 박명근, 유영찬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대주자 요원 정도로 평가받았던 신민재를 주전 2루수로 기용했고 시즌 초반 유격수 오지환의 부상 공백을 베테랑 김민성으로 메웠다. 염 감독의 빛나는 용병술이었다. 시즌 초반 과감한 도루 작전을 꺼냈다가 성공률이 떨어지자 고집을 꺾고 변화를 준 것도 염 감독의 유연함이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LG도 고민은 있다. 후반기에도 계속 정규리그 1위를 지키기 위해선 선발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9년부터 줄곧 LG 마운드를 책임졌던 케이시 켈리의 부진은 심상치 않다. 켈리는 전반기 18경기에 선발로 나와 6승 5패 평균자책점 4.44에 그쳤다. 4년 연속 최소 13승 이상 거두고 지난해 16승에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한 그의 활약을 감안할때 올 시즌 성적은 많이 아쉽다.

토종 선발의 부재도 숙제다. 임찬규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지만 확실한 4, 5선발이 없다. 기대를 걸었던 김윤식, 이민호는 전반기에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불펜에서 활약하던 이정용을 시즌 중 선발투수로 돌렸을 정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더라도 결국 선발이 버티지 못하면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LG의 후반기 키워드는 ‘켈리 살리기’ 그리고 ‘토종선발 키우기’로 압축된다.

LG는 올스타 휴식기를 보낸 뒤 21일부터 2위 SSG와 후반기 첫 시리즈를 치른다. SSG와 주말 3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둔다면 후반기에도 순항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염 감독은 “전반기는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 “자기 위치에서, 자기 역할들을 잘 해주면서 팀의 목표치에 달성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아울러 “시즌 전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야구’,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하는 야구’, ‘상대가 까다롭게 느끼는 야구’를 하자고 주문했다”며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꾸준하게 가다 보면 후반기에도 더 강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후반기에는 중상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46승1무32패)는 LG와 함께 2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시즌 막판 9연승을 거둔 3위 두산베어스(42승1무36패)는 LG-SSG ‘2강’ 체제를 위협하면서 ‘3강’으로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

하위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KIA타이거즈와 한화이글스도 후반기 돌풍의 핵이다. 한때 9위까지 추락했던 KIA는 외국인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 포수 김태군을 데려오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전반기 막판 6연승을 거두면서 후반기 반등을 예고했다.

최원호 감독 부임 이후 전반기 막판 8연승을 달린 한화는 젊은 선수들이 패배 의식을 벗고 새로운 팀으로 변신했다. 리카르도 산체스, 펠릭스 페냐의 ‘원투펀치’에 ‘토종에이스’ 문동주가 건재하면서 가장 위협적인 팀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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