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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신비주의 마케팅, 올해도 통했다..흥행 성적표 'A+'

주영로 기자I 2023.04.07 00:09:00

[여기는 오거스타] 6일 87회 마스터스 개막
대회 운영부터 입장권 판매까지 모든 게 신비주의
철저하게 가려진 신비주의로 해마다 흥행 대성공
기념품 및 식음료 등 판매 올해 3000억원 이상 기대

마스터스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갤러리들이 코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마스터스 조직위)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올해도 마스터스의 신비주의 마케팅이 또 통했다.

남자 골프의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로 열리는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모든 게 베일에 싸인 신비주의 마케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1934년 시작한 마스터스는 처음엔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로 불렸다. 마스터스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한 것은 5년 뒤인 1939년부터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출범부터 신비주의를 택했다. 철저하게 회원제를 지향해왔고 여성에게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지금도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잭 니클라우스 등 일부 유명인을 제외하고는 누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회원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신비주의 운영은 마스터스에도 그대로 녹아들었다. 일반 골프대회를 찾아오는 골프팬은 ‘갤러리’라고 부른다. 그러나 마스터스에서는 ‘패트런’이라는 다른 명칭을 사용한다. 대회장에 오는 모든 갤러리가 후원자라는 의미에서다.

패트런의 숫자는 베일에 가려 있다. 패트런은 정확하게 몇 명인지 공개된 적이 없다. 미국의 여러 매체가 추정한 패트런의 숫자는 4만명 정도다.

한번 패트런이 되면 평생 마스터스에 올 수 있는 혜택을 누린다. 대신 새로운 패트런이 되기 위해선 기존 패트런만큼의 결원이 생겼을 때 충원한다. 1978년과 2000년 일부 결원자를 충원했다. 그 뒤로는 공식적인 모집은 없었다.

패트런에게 판매되는 입장권 매출은 약 4000만달러(약 525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입장권을 더 많이 판매하면 그만큼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아무나 마스터스에 올 수 없다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가치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 중에서도 최고의 메이저 대회로 꼽힌다. 특이하게도 후원 기업의 홍보나 광고를 허락하지 않는 독특한 신비주의를 추구한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기업이 마스터스를 후원한다. 다만, 어떤 기업이 후원하고 있는지 확인불가다.

독특한 상금 책정 방식도 해마다 관심사다.

후원사 없이 오로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주최하는 마스터스는 대회의 총상금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대회 기간에 밝힌다.

PGA 투어의 다른 대회는 시즌 일정 발표 때 총상금을 함께 공개한다. 마스터스는 입장권과 각종 기념품, 식음료, TV 중계권료 등 판매 수익으로 총상금을 정해 3라운드 시작 전에 발표한다. 지난해 대회는 총상금 1500만달러(약 198억)에 우승상금 270만달러(약 35억 6000만원)였다. 올해는 최고 2000만달러(약 263억 7000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마스터스의 신비주의 마케팅은 올해도 대성공을 거뒀다. 가장 잘 통하는 건 기념품 판매다.

기념품은 대회 기간 중 골프장 안에서만 판매한다. 패트런을 포함해 공식 연습일 입장권을 소지한 갤러리만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기념품 하나도 아무나 살 수 없다는 얘기다.

기념품 구입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인기 품목은 ‘한정판매’라는 또 다른 신비주의로 포장해 희소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계속 돈을 쓰게 만든다.

올해 마스터스 기념품 중 최고 인기 상품은 ‘놈’(Gnome)이라는 인형이다. 지난해부터 리셀 시장에서 판매가격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된 이후 올해는 놈을 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49달러(약 6만 5000원)에 판매한 ‘놈’은 이베이 등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230달러(약 3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몸값이 치솟은 이유는 한정판매다. 놈은 매일 정해진 수량만 판매하는 데 판매 시작 10분 만에 매진된다. 몇 개를 파는지도 공개된 적이 없다.

이처럼 구매하는 게 어렵다 보니 인기 품목을 손에 쥔 갤러리들은 마치 ‘해냈다’는 듯이 기뻐한다.

인형을 손에 쥔 한 여성은 “새벽 일찍 나와 줄을 서서 기다려 겨우 놈을 샀다”며 “구매하려면 내일 7시 이전에 나와서 줄을 서라”고 조언까지 했다.

마스터스 신비주의 마케팅에 빠진 골프팬들은 쉽게 지갑을 연다. 한번 들어오면 쇼핑으로 최소 수백달러에서 많게는 1만달러 이상 쓴다.

신비주의가 통하는 데는 마스터스만의 비결도 있다. 저렴한 먹거리다. 마스터스의 상징이 된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와 에그 샐러드의 개당 가격은 1.5달러(약 2000원), 탄산음료 한잔 2달러(2600원), 맥주 한잔 5달러(6500원), 와인 6달러(7900원)로 한국의 물가와 비교해도 저렴하다. 우스갯소리로 기념 티셔츠 1장 살 돈이면 마스터스 갤러리 프라자에서 판매하는 25가지 메뉴(66달러)를 다 먹는다고 말한다.

쇼핑으로 큰돈을 썼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마스터스는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올해만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기념품 판매로만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며 그밖에 입장권, 식음료 그리고 TV중계권 수입까지 어마어마한 수익이 예상된다.

올해 마스터스는 6일(한국시간)부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린다. 마스터스의 신비주의 성적표는 올해도 A+다.

맥주잔과 쇼핑백을 맨 골프팬들이 코스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마스터스 조직위)
마스터스 갤러리프라자 메뉴와 가격이 적힌 안내판. (사진=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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