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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김주형, 우즈보다 빠른 PGA 2승…“우상과의 비교 큰 영광”

주미희 기자I 2022.10.11 00:20:39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정상
우즈 이후 26년 만에…만 21세 이전 PGA 투어 2승
역대 3번째 72홀 노보기 우승 기록도
세계 랭킹 15위로 상승…아시아 최고 랭커
공식 회견서 우즈와 비교하는 질문 쏟아져
"아직 갈 길 멀다…나는 이제 시작"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우상인 타이거 우즈의 기록과 비교되고 있는 게 믿을 수 없다. 나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는 기분이다.”

김주형이 10일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정상에 오른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두 달 전만 해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입성을 꿈꿨던 김주형(20)은 이제 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한, 아시아 최고의 세계랭킹 보유자가 됐다.

김주형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 TPC(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0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24언더파 260타로 우승을 차지하며 PGA 투어 2승째를 거뒀다. 지난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통산 첫 우승을 기록한 지 2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추가한 김주형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보다 빠른 우승 속도를 보이고 있다. 어린 시절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해 영어 이름을 ‘톰’으로 지은 김주형이 미국 현지에서 “슈퍼 스타덤으로 직행하는 급행 열차”라고 불리는 이유다.

20세 3개월에 2승…우즈보다 6개월 빨라

공동 선두를 달리던 18번홀(파4).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3번 우드로 한 티 샷을 황무지의 덤불에 빠트렸고 한 번에 빠져나오지 못해 승부의 추가 급격히 김주형에게 기울었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친 4번째 샷은 그린 왼쪽 워터해저드에 풍덩 빠졌다. 반면 두 번째 샷을 안전하게 그린에 올린 김주형은 캔틀레이의 11m 트리플보기 퍼트를 지켜본 뒤 파를 지켜내며 3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김주형이 또 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쓴 순간이다. 1996년 우즈 이후 26년 만에 만 21세가 되기 전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우즈는 1996년 10월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PGA 투어 19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뒀고 2주 뒤인 월트 디즈니 월드 올즈모빌 클래식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우즈의 나이가 20세 9개월 21일이었다.

지난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김주형은 우즈보다 빠른 15개 대회 만에 PGA 투어 첫 정상을 밟았다. PGA 투어 최초의 2000년대생 우승 기록이기도 했다. 2개월 만인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우승한 김주형의 나이는 20세 3개월 18일이다. 우즈보다 6개월 3일 빠른 나이에 2승을 거뒀다.

다만 김주형이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최연소 선수는 아니다. PGA 투어 기록에 따르면 1932년 애리조나 오픈에서 랄프 굴달(미국)이 김주형보다 1개월 빠른 20세 2개월에 2승째를 작성한 바 있다. 김주형은 두 번째 최연소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김주형이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챔피언 퍼트를 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사진=AP/뉴시스)
PGA 투어 역대 3번째 72홀 노보기 우승

김주형은 1974년 리 트레비노(미국), 2019년 J.T. 포스턴(미국)에 이어 투어 역대 3번째 72홀 노보기 우승자에 이름을 올리며, 또 하나의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72홀 동안 버디만 24개를 뽑아낸 김주형은 “대회 전에 감기 기운이 있어 연습 라운드를 이틀 동안 9홀씩만 돌 수 있었다. 그래도 집중해서 코스를 파악했고 코스가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자신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호주와 필리핀 등지에서 골프를 연마했던 김주형은 올해 PGA 투어에서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다. 임시 회원 신분으로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PGA 투어 회원이 됐고,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에 선발돼 패기 넘치는 플레이와 에너지를 선사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실력과 스타성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는 15위로 올라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랭커가 됐다. 이 모든 게 최근 3개월 사이에 이뤄진 일이다.

김주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며 “롤러코스터 같은 이 바쁜 시기를 즐기려고 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리고 계속 우승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PGA 투어 공식 우승 회견에서는 우즈와 비교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PGA 투어는 김주형을 ‘슈팅스타’라 칭했고, 윈덤 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을 쿼드러플보기로 시작했음에도 5타 차 우승을 거둔 것, 프레지던츠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등등 활약상을 나열하며 “우즈와 비슷한 점들”이라고 소개했다.

김주형은 “그저 운이 좋아서 일찍 우승한 것 같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머스 같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난 이제 시작”이라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그는 이날 18번홀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우승을 축하해준 임성재(24), 이경훈(31), 김성현(24) 등 형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김주형 우승 외에 김성현이 공동 4위(20언더파 264타), 임성재가 7위(19언더파 265타), 김시우(27)가 공동 8위(18언더파 266타)에 오르며, 처음으로 한국 선수 4명이 톱10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김주형(왼쪽)의 우승을 축하한 임성재(가운데)와 김성현(오른쪽)(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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