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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8년차 고참이 된 윤채영 "아직 골프가 좋아요"

주영로 기자I 2022.04.29 00:15:00

KLPGA 투어 대회 4년 7개월 만에 출전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에서 후배들과 샷대결
"고참이라는 게 어색하지만, 골프 더 좋아져"
"일본에서 우승컵 들고 귀국한다면 완벽한 마무리"

윤채영. (사진=KLPGA)
[포천(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아직은 투어에서 뛰는 게 좋아요.”

28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첫날 경기를 마친 뒤 윤채영(35)은 프로골퍼로 18년째를 맞은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4년 7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참가해 후배들과 샷대결에 나선 윤채영은 이날 1오버파 73타를 적어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나 표정은 밝았다.

윤채영은 “투어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덧 18년째가 됐다”며 “골프에 실증을 느꼈더라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골퍼로 계속 투어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여 만에 국내 대회에 나온 윤채영에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어느덧 투어의 최고참이 된 것. 이날 함께 경기에 나선 동갑내기 안선주(35)와 함께 이번 대회에 나온 선수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윤채영은 “프로가 된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8년이나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어색해했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더 어렵다. 더군다나 기량이 더 좋아진 후배들과 경쟁은 18년차 프로 윤채영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윤채영은 여전히 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프로 12년 차에 선택한 새로운 도전 덕분이다.

1987년생인 윤채영은 2005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프로가 됐다. 2016년까지 KLPGA 투어에서 활동한 뒤 2017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겨 프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채영은 “JLPGA 투어에 도전한 건 골프인생을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라며 “아무래도 계속 KLPGA 투어에서 활동했더라면 지금처럼 오랫동안 투어 활동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경쟁하다 보니 기량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 자신감 그리고 멘털과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 등 모든 면이 달라졌고 훨씬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열정을 잃지 않고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성적에 대한 압박과 부담을 이겨낸 것도 롱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했다. 윤채영은 “JLPGA 투어에는 지금도 결혼하고 나서 투어에 복귀한 또래 선수도 있고 마흔을 넘겨 투어 활동을 하는 선배들도 많다”며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나 역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아마도 우승과 성적에만 집중했더라면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일과 생활에 모두 만족해하는 워라밸을 즐기게 되고 그런 게 선수 생명을 길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경쟁에만 집착하다 보면 일찍 지치고 나 자신을 힘들게 할 때가 많다”며 “중요한 건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즐겁게 투어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저도 그랬고 후배들이 저를 보고 더 오랫동안 투어 활동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덧붙였다.

4년여 만에 국내 대회에 나온 그는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KLPGA 투어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KLPGA 투어에 나오면 심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모처럼 KLPGA 투어에 나와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18년 동안 프로로 활동해온 윤채영은 이제 조금씩 마무리를 생각하고 있다.

윤채영은 “언제까지 투어 활동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딱히 정해두지도 않았다”라며 “경쟁력이 있다면 계속해서 투어에 뛰고 싶다. 지금처럼 대회에 나와 집중하고 열정을 갖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투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좋은 기억을 갖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에요. 그 마무리는 일본에서 우승트로피를 들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윤채영이 생각하는 100점짜리 골프인생을 위한 마지막 바람이다.

그린을 살피는 윤채영. (사진=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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